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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국방과 무기

드론을 ‘윙맨’으로… 한반도 공중전 바꿀 한국 AI 공군 나온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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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음을 무릅쓰고 전장에서 싸우는 것.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기가 처음 등장한 이래 공중전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조종사 간 전투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조종사가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힐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항공 작전을 펼치는 공군에 정치·군사적 부담을 안겨 왔다. 세계 각국 공군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공중작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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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드론쇼 코리아’에서 관람객들이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저피탐 다목적 무인 편대기를 비롯한 다양한 용도의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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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도 무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통한 미래 전력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인구 절벽으로 병력 위주의 군 구조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무인기의 작전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 2.0 시절부터 진행됐던 전력증강사업과의 연계성, 예산의 제약 등으로 인해 무인화와 AI 기반 조직으로의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인·AI로 미래전서 제공권 장악

공군은 지난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서 무인 기술과 AI에 기반한 미래전 수행개념을 소개했다.

공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느 쪽도 공중우세를 장악하지 못해 전쟁에서 최단시간 내 압도적 승리가 불가능해졌다”며 드론과 극초음속무기 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지속적인 공중우세를 유지하려면 전통적인 공군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공군은 빠르게 바뀌는 전장 환경과 기술에 맞서 공중우세를 유지하려면, 시공간 제약이 없는 고속 네트워크와 AI 기술을 활용한 유·무인전력 운용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공군이 우선 강조하는 것은 유·무인복합체계다.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는 유인 전투기가 다수의 윙맨 드론을 운용하는 유·무인복합전투체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윙맨은 위험한 비행 임무 중 동료를 지원하는 조종사를 뜻한다. 과거에는 사람(조종사)이 했던 윙맨 임무를 무인기가 대신하는 것으로, 미래 공중전 개념이 송두리째 바뀌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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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저피탐 무인편대기 개념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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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맨 드론은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다. 미 공군 F-35는 대당 가격이 8000만~1억 달러에 달하나 윙맨 드론은 대당 2000만~3000만 달러면 만들 수 있고, 앞으로 비용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대량 생산과 배치가 용이한 이유다.

일반적인 무인기나 드론은 지상 관제소에서 원격조종으로 움직이지만, 윙맨 드론은 공중에서 유인기와 교신하며 움직인다. 조종사는 위험한 임무를 무인기가 대신하므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윙맨 드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호주 공군은 2021년 미 보잉사와 함께 ‘로열 윙맨’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MQ-28로 불리는 로열 윙맨은 호주 공군 F-35, F/A-18 전투기와 E-7A 조기경보기 등에서 통제가 가능한 무인기다.

유인기 통제를 받으나 AI를 통해 조종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체 판단하에 작전할 수 있다. 기수 부분의 모듈을 바꾸는 방식으로 다양한 임무에 투입된다. 첨단기술이 다수 쓰이지만, 저렴한 비용 구조를 추구한다.

중국과 일본 등도 윙맨 드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을 중심으로 유인기가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유·무인복합체계가 연구되고 있다.

공군은 ‘선(先) 무인, 후(後) 유인’ 전투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유인전투기가 적 위협 범위 밖에서 다수 무인기를 위험 지역에 침투시키는 형태다.

유인전투기, 재사용 무인기, 소모성 무인기가 혼합되어 작전 지역에 배치된다. 투입되는 무인기들은 자폭, 기만, 전자전,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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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저피탐 무인기와 중고도무인정찰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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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재사용 무인기는 유인전투기 감시 및 공격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이는 적기가 공대공 무장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타격할 기회를 제공한다.

유인전투기가 센서를 끈 상태에서도 데이터링크를 통해 무인기들이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 확보, 적군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저가의 소모성 무인기는 적지로 침투해 탐지, 기만, 방공망 소모 등을 진행한다. 소모성 무인기들을 거느린 유인전투기가 적지에 근접하면, 정찰 및 전자전 무인기들을 통제하는 유인전투기가 측면에서 엄호한다.

후방에는 다수 무인기를 운용하는 유인전투기 편대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이 지원을 맡는다.

공군은 이같은 개념을 토대로 군, 연구기관, 업체 등이 포함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현가능한 유·무인복합전투체계 운영개념 수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군은 AI를 통해 공군의 모든 임무를 혁신하기로 하고, 30개 중점 추진과제를 공개했다.

전 분야에 걸쳐 AI를 확산하기 위해 소요기획을 강화하고, 데이터 축적을 위한 인프라를 개선한다.

항공작전 분야에선 지능형 지휘통제체계와 자율무인게쳬, 모의비행훈련체계에 AI를 적용한다. 특히 지휘통제체계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지휘관이 정보의 홍수속에서 중요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식별하고 분석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하다.

기지경계 분야에도 AI 기술을 사용한다. 수리부속 소요예측, 탄약고 관리 등의 항공정비분야를 포함해 의료와 인재관리까지 AI를 활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공군은 주요 전투부대에서 AI를 적용한 기술 시연회를 개최, 무기체계 AI 소요 창출을 촉진할 예정이다.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AI 관련 인재를 육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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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드론쇼 코리아’에서 관람객들이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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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재정 등에서 과제 많아

공군이 제시한 미래전 개념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6세대 전투기나 무인전투기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이 제안하는 개념이나 기술은 큰 틀에서 봤을 때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합동성 등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한국군은 거액을 들여 구매한 무기를 수십년간 사용한다. 공군의 미래전 개념이 실제로 등장할 시기는 이르면 2040년대.

이때는 문재인정부 당시 국방개혁 2.0에 의해 이뤄진 전력증강사업, 현 정부가 추진하는 무기도입사업을 통해 실전배치된 무기체계가 여전히 쓰이고 있을 때다. 여기에 2040년대 이후 AI와 무인기술을 앞세운 첨단 미래전 체계가 더해진다.

공군의 미래전 개념에 따르면, 모든 유·무인 체계를 한데 묶어야 한다. 기술의 세대와 제조국이 서로 다른 무기체계들을 실시간 연결하는 것은 기술적·비용적 측면에서 난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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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드론쇼 코리아’에서 KF-21 전투기와 무인기의 조합을 묘사한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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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인식과 평가도 변수다. 북한 핵·미사일과 재래식 위협에 초점을 맞출지, 중국 등 주변국 전력증강까지 감안할 것인지에 따라서 미래전 개념에 적용될 기술적 난도는 달라진다. 이것부터 먼저 결정해야 작전개념과 전략, 운용능력(ROC) 등을 산출할 수 있다.

합동성 측면에서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다. 드론작전사령부의 전력증강이 지속되면, 정찰 드론과 자폭드론 등 다양한 정류의 드론이 배치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창설될 전략사령부의 탄도·순항미사일도 있다.

이들 전력이 공군 미래전 개념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 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래전에 쓰일 신개념 무기와 관련 기술 개발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투자를 적게 하면 전력화 시기가 지연될 위험이 높다. 이는 최신 기술이 군대에 배치되자마자 노후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충분한 규모의 투자를 하면 전력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한국군은 주변국에 뒤지지 않은 첨단 기술과 무기를 손에 넣게 된다.

문제는 무기도입에 쓰이는 방위력개선사업비 중에서 다수는 예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오던 계속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는 신규 투자비 확보를 제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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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KF-16, FA-50 편대가 공격편대군 비행훈련 및 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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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공군의 미래전 개념에 필요한 기술은 선별적·단계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이 두 가지다.

우선 기술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다. 국내 기술 수준과 예산 사정 등을 감안해서 단기간 내 개발이 가능한 기술에 먼저 투자하거나, 기술성숙도보다 공군의 소요를 우선해서 투자를 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우선순위를 정하려면 공군 수뇌부와 전력담당 실무자들이 미래전 기술 전반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우선순위를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국방비 증가율이 예상보다 낮거나 연구개발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면, 기존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 예산을 조정할 분야와 규모 등을 정하는 것은 공군 전력 및 인력 구조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미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개념과 이론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적합한 군사전략과 작전개념을 만들고, 거기서 전력소요를 도출하는 것이다.

공군의 미래전 개념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최신 트렌드를 주시하되, 한국에 적합한 개념을 만들어서 전력 구조를 구성하는 것이 필수다. 공군이 향후 제시할 미래 전쟁의 모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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