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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추석 연휴 앞두고 응급실 상황 악화… 중증·응급진료 가능 병원 1주 새 14곳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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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군의관 파견, 도움 안돼”

9일까지 250명 파견 수정되나

정부, 응급실 인건비 직접 지원도 고려

전공의 이탈로 불거진 전국 병원의 응급실 위기 상황이 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두고 더욱 악화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주에 시작된 군의관 파견은 응급실 인력 공백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응책이 수정될 수 있다. 정부는 응급실 인건비를 1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당장 추석 연휴 대책으론 시일이 촉박하다는 평가다.

세계일보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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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중증·응급진료 가능 병원 1주새 14곳↓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진료 역량이 최근 1주일 새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지난주부터 일일 비상진료 브리핑을 열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응급실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게시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의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분석 결과, 5일 현재 27개 중증·응급질환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모두 88곳으로, 평시인 2월 첫째 주(109곳)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1주일 전인 8월29일에 27개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02곳이었는데 1주새 14곳이나 줄어든 것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중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종합병원 중에서 지정된다. 중앙상황판에 공개된 진료 가능 여부 표시는 의료기관이 직접 입력하는데 수시로 바뀐다. 중증·응급질환은 환자 발생 빈도가 낮아 평시에도 180곳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모두가 진료할 순 없다. 하지만 최근 1주새 진료 불가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성인 대상 기관지 응급내시경이다. 평소 109곳에서 진료할 수 있었지만 5일 현재 60곳으로 45% 급감했다. 1주일 전(100곳)과 비교해도 40% 감소했다.

중증 화상의 경우 평시 44곳, 1주일 전 38곳에서 5일엔 28곳으로 감소 폭이 뚜렷한데, 추석 연휴에 화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시의 3배가량으로 증가하는 탓에 진료 공백 우려가 가장 크다.

평시에 75곳이 진료할 수 있던 안과 응급수술도 1주일 새 58곳에서 47곳으로 37.3% 감소했고, 사지 접합 수술(평시 82곳)도 70곳에서 62곳으로 1주일만에 진료 역량이 크게 줄었다.

세계일보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종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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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250명, 응급실엔 도움 안돼”

정부는 응급실 위기 상황에 군의관 15명을 우선 파견했지만 병원은 물론 군의관들도 ‘응급실에서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9일까지 군의관 250명을 응급실에 투입하려던 계획을 일부 수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복지부는 4일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 의료기관 5곳에 군의관 15명이 파견·배치했지만 현재 이들은 모두 응급실에 근무하지 않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2명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지만 “환자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모두 복귀했다. 충북대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 군의관 2명을 응급실이 아닌 중환자실에 배치했다.

의료계는 군의관을 응급실에 투입한다는 방안이 나오자마자 “응급실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을 책임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환자와 배후진료과의 다리 역할을 한다”며 “충분한 경험이 없다면 오히려 사고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파견된 군의관 15명은 모두 ‘사고 발생시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걱정했다고 한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초기부터 공중보건의와 함께 군의관 파견을 이어왔지만 의대교수 절반은 “도움이 안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말 소속 교수 217명에게 파견 공보의·군의관이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됐는지 물은 결과 30.9%만 그렇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도 비슷하게 31.8%였다. 나머지 응답자는 자신의 진료과목에 군의관, 공보의를 파견받지 못한 경우다. 비대위는 “(파견된 군의관들도) 중증 환자의 진료에 섣불리 참여했다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군의관 파견 정책을 국방부 등과 조율하는 한편, 응급실 위기 상황에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인상 외에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나 소아전문응급센터 의사 인건비 지원액인 1억원 수준이 지원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당장 1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연휴 응급실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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