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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수심위, 검·피의자 의견만 듣고 결론만 공개…공정·신뢰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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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사건’ 처리 과정·내용에 비판 목소리

경향신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에 불기소를 권고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의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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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목사 의견 배제한 ‘반쪽 수심위’ 설득력 못 얻어
논의 내용 비공개도 도마…“사실상 결론 정해진 절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심사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 여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이원석 검찰총장 퇴임 전인 이번주 중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팀과 김 여사 측만 출석한 가운데 수심위가 진행됐고 논의 내용은 비공개에 부쳐졌다. 이 총장이 수심위를 직권 소집하며 약속했던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심위가 지난 6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의결한 내용의 골자는 청탁금지법 위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6개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하기로 정한 것이다.

문제는 수심위가 이 같은 결론에 이른 과정과 내용이 모두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는 점이다. 예상보다 짧은 5시간여 만에 끝난 수심위에서 위원들은 먼저 수사팀으로부터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불기소 입장을 들은 뒤 궁금한 사항을 묻고 답변을 들었다. 김 여사 법률대리인에 대해서도 같은 절차를 진행했다.

2시간가량 토론을 거쳐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총 500여만원 상당의 선물들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고 청탁의 대가도 아니라는 검찰과 김 여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 목사 청탁을 거절했거나 청탁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등 수사팀의 불기소 근거를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 수심위는 김 여사가 금융위원회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와 명품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혐의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일부 위원들은 검찰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며 “수사를 더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은 없었다고 한다. 일부는 김 여사 기소 여부와 별개로 “명품가방을 받은 행위 자체는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심위는 최 목사 측의 출석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가방을 주고 청탁을 한 사람의 이야기는 배제한 채 논의한 것이다. 다만 최 목사 측 의견서는 위원들에게 배포됐다. 이를 두고 사실상 ‘반쪽짜리’ 수심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위원 명단과 토론 내용, 각 혐의별 표결 결과 등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10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풀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초 검찰의 무혐의 수사 결과를 회의 당일에서야 받아본 위원들이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심위를 통해 수사 공정성을 보완하려 했던 이 총장의 의도도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이 총장은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을 수심위 소집 명분으로 제시했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는 이날 통화에서 “봐주기 수사의 결과물을 가지고 수심위가 판단한다면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수심위의 외관도 전혀 공정하지 못해 오히려 불신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사실상 결론이 정해져 있는 절차였다”고 평가했다.

오는 12일엔 검찰이 4년 넘게 김 여사 처분을 미루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선고가 잡혀 있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와 같은 전주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손모씨에 대한 법원 판단에 주목한다. 손씨는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항소심에서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손씨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김 여사 또한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대연·김혜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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