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8일 '토스카' 공연에서
다른 성악가의 앙코르에 항의하며 오페라 중단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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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페라 ‘토스카’의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이 끝났을 때였다. 무대 위 테너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무대에 나와 손을 휘저으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멈췄다. 지휘자 지중배가 음악을 계속했지만, 소프라노의 몸짓은 더 격렬해졌다. 이내 오케스트라 연주가 멈췄다.
이처럼 오페라를 갑작스럽게 중단시킨 소프라노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건 독창회가 아닙니다. 퍼포먼스예요! 나를 존중해주세요!” 청중이 웅성거리는 사이 오페라는 이어졌다. 테너와 소프라노가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게오르규의 이례적 행동은 공연이 모두 끝난 후의 무대 인사인 커튼콜에서도 이어졌다. 출연자들이 차례로 나와 인사하고, 게오르규의 등장 차례가 됐지만, 박수가 이어져도 게오르규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모습을 보였던 게오르규는 무대 중앙까지 오지 않은 채 다시 들어갔고, 소프라노를 제외한 출연진들이 청중에 인사를 건네며 막이 내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는 앙코르였다. 이날 테너 김재형은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불렀다. 첫 노래를 하고 난 후 박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재형은 극의 흐름을 이어가려 박수 소리에 반응하지 않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인사하고 다시 한번 같은 노래를 했다. 게오르규는 이 두 번째 노래가 나오던 와중에 무대에 갑자기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는 동작을 하며 강력히 항의했고, 노래가 끝나자 공연을 중단시켰다.
8일 게오르규의 거센 항의에는 오페라의 앙코르에 대한 반대의 의사가 담겨있다. 하지만 출연자가 공연을 중단시키며 청중에게 소리치는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게오르규에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게오르규는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토스카’의 같은 부분에서 앙코르에 항의했다. 역시 세계적 테너인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을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한 번 더 부르자, 그 후의 재회 장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황한 카우프만은 “소프라노가 없다”는 노래를 지어 불렀고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게오르규는 한참 후에야 무대에 올랐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앙코르에 대한 반발 차원이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세종문화회관은 이 해프닝에 대해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전달하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공연 후 입장문을 내고 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세종문화회관의 산하 단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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