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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방산 기업 경쟁력 들여다보니…‘자주포’ 한화, ‘미사일’ LIG넥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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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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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국방비 증액으로 국내 방산업계가 수출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전차, 자주포, 전투기 등 국내 방산업체 빅4의 간판 제품은 ‘큰손’ 국가를 상대로 착실히 수주 잔고를 쌓을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방산업계 맏형 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시장에서 미는 주력 제품은 ‘K9 자주포’다. 성능 면에서는 세계 최고의 자주포로 불리는 독일의 PzH2000 자주포와 비교했을 때 t당 마력, 등판 능력, 최고 속도 등에서 우세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8월 폴란드로부터 3조원대 K9 자주포 수주를 성사시키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폴란드와 K9 자주포 308문에 대한 잔여 계약이 남아 있고 이집트에 K9 수출도 진행한다. 지난 7월에는 사업 영토를 루마니아까지 확장하며 루마니아와 1조3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54문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루마니아가 K9 자주포를 도입한 배경에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K9 자주포의 수출 시장점유율은 52%에 달했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를 도입한 국가는 루마니아를 포함해 총 10개국으로 늘어났다.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호주, 인도, 튀르키예, 이집트 등이 K9 자주포를 도입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가 K9을 적극 배치 중이다.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글로벌 자주포 시장 규모는 2022년 81억7000만달러(약 11조1300억원)에서 해마다 4% 이상 성장해 2032년 125억달러(약 1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K9은 향후 무인 자동장전 기능을 갖춘 A2, 유무인 복합 운영이 가능한 A3로 개량될 예정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본격적으로 수출 물량이 인도됐고 하반기에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까지 인도가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전투기 강자’로 손꼽힌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경공격기 FA-50 등이 주력 제품이다. 폴란드에서 수주한 FA-50PL과 말레이시아로 향할 FA-50M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실적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KAI는 올 하반기에도 FA-50에 기대를 건다. 2025년부터 인도될 폴란드 계약 경전투기(FA-50PL, 39기), 2026년 납품 예정인 말레이시아 물량(FA-50M, 18기) 등이 넉넉해서다.

가격 경쟁력도 좋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해·공군의 압박에 맞서 영공을 지켜야 하지만, 최신 기종 도입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과거에는 러시아산 미그-29나 수호이-27 계열 기종이 이런 수요를 채웠지만 지금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무기 수출 대신 자국 수요 충족을 우선시하는 데다 서방 제재로 부품 공급까지 어려워졌다.

결국 서방 전투기를 알아봐야 하지만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예산 사정으로 첨단 기종 구매가 어렵다. 구매·운영유지비가 저렴하면서도 나토 규격과 호환되는 기종이 필요한데, 이 같은 조건을 맞추는 전투기는 FA-50과 중고 그리펜 정도다.

FA-50은 현재 운용 중인 초음속 전투기 중 가장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펜은 유지·관리가 쉽고 운영 비용도 낮지만 최신형 그리펜E에 AESA 레이더 등을 추가한 가격이 대당 8500만달러(약 1200억원)에 달해 F-16V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KAI 관계자는 “폴란드와 말레이시아로 수출하는 FA-50PL과 FA-50M은 기존 플랫폼에 각 수요자 요구 사항을 맞춰나가는 연구개발 단계”라며 “아직 사업 초기지만 양산 돌입, 기체 전달 등으로 진척되면 현 수준보다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전차 생산 기업인 현대로템은 세계 정상급 성능을 지닌 ‘K2 전차’를 앞세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노후된 M48전차를 대체하고 지상군 작전수행능력 강화를 위해 개발된 전차로 현재 3차 양산을 진행 중이다. 이 전차에 적용된 120㎜ 활강포는 현재 북한이 보유한 대다수 전차를 파괴할 만큼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1500마력 고출력 엔진을 탑재해 포장도로에서는 시속 70㎞, 야지에서는 50㎞의 속도를 낼 수 있고, 실시간 궤도장력 제어장치를 통해 궤도 이탈을 방지하는 등 남다른 기동력도 확보했다. 또한 산지가 많고 험준한 지형에서도 다양한 사격 각도가 가능한 차체 자세제어 능력을 보유한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독일 레오파르트 2A7, 미국 M1A2 에이브럼스 등 외국의 유명 전차에 비교해도 성능이 밀리지 않는 데다 납기는 훨씬 짧고 가성비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독일과 미국은 전차 생산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에 새로 생산하려면 공장 신설부터 최소 3년은 걸린다”며 “전차를 꾸준히 생산해온 우리는 1년 반이면 납품 가능하다”고 말했다.

K2 전차 가격은 레오파르트 2A7의 반값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K2 전차의 폴란드 2차 계약이 올 9월 폴란드 방산 전시회에서 최종 성사되지 않더라도 4분기 중 180대의 실행계약이 가능할 것”이라며 “2차 계약 금액은 1차(약 4조5000억원) 규모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한국군 4차 양산분 150대와 루마니아와 300~500대 계약 가능성을 고려하면 4분기 신규 수주가 최대 10조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LIG넥스원은 미사일 강자로 손꼽힌다. 대표 생산 무기로는 중거리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Ⅱ’, 지대함 유도무기인 ‘비궁’,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인 ‘해궁’,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등이 있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돼 LIG넥스원이 제작한 천궁Ⅱ는 미사일 요격용 유도탄에 재빨리 반응할 수 있도록 전방 날개 조종형 형상 설계·제어 기술과 연속 추력형 측추력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최대 사거리는 40㎞로, 고도 40㎞ 이하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 요격에 쓰인다. 1개 발사대에서 유도탄 최대 8기를 탑재해 연속 발사할 수 있고, 항공기 위협에 360도 전 방향 대응도 가능하다.

천궁Ⅱ를 비롯한 대규모 수출이 이뤄진 덕분에 LIG넥스원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다. 2022년 초 아랍에미리트(UAE),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각각 2조6000억원, 4조3000억원 규모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최근 2년 만에 7조원대 먹거리를 확보했다.

LIG넥스원은 미국, 루마니아, 이라크에도 비궁, 신궁, 천궁Ⅱ 등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안유동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천궁Ⅱ의 경우 고부가가치 무기체계인 만큼 한 번 도입하면 수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천궁Ⅱ에 관심을 보인 이라크에 수출할 경우 중동 3국(UAE·사우디·이라크)에 ‘천궁Ⅱ 벨트’가 형성되는 셈이라 오랫동안 실적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IG넥스원은 미국 4족 보행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확정하면서 새 먹거리 찾기에도 열심이다. LIG넥스원은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가 미사일 등 유도무기 부문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 미래 무기 산업의 핵심인 4족 보행 로봇 기업을 인수하면서 공중(미사일)과 육상(로봇)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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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현지 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폴란드 ‘국군의 날’ 기념 열병식에 현대로템이 생산한 K2 전차가 참가한 모습. 현대로템은 지난 2022년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한다’는 내용의 기본 계약을 맺고 올 상반기까지 46대를 보냈다. LIG넥스원은 ‘비궁’ ‘신궁’ ‘천궁Ⅱ’ 등 제품을 미국, 루마니아, 이라크에 수출하기 위해 논의 중에 있다. 사진은 군용트럭에서 발사되는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연합뉴스, LIG넥스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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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리스크에 K방산 주가 ‘들썩’
줄지 않는 세계 국방비…실적 ‘쑥쑥’
최근 우리 증시 변동성이 커졌지만 방위 산업 종목은 탄탄한 수주 실적을 앞세워 순항 중이다. 방위 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투자자 주목을 받는다.

올 들어 방위 산업 관련 종목은 제대로 상승세를 탔다. 올 들어 지난 8월 28일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KAI),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주가도 선전 중이다.

무엇보다 수주 실적이 탄탄하다. 국내 주요 방위 산업 4개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의 올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94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수주 성과가 올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된 덕을 봤다.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7860억원, 영업이익 35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무려 357% 늘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디펜스솔루션(방산) 사업이 레일솔루션(철도차량·설비) 사업 매출을 사상 처음 앞질렀다. 올 2분기 매출 1조945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을 냈다. 1977년 창사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KAI는 2분기 영업이익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배 가까이 급증했다. LIG넥스원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다. 수주잔고도 든든하다. 올 2분기 기준 주요 4개사 합산 수주잔고는 91조5559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한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매출 추정치는 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9조3000억원) 대비 2조원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연간 기준 처음 1조원을 넘기고 2026년에는 1조35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로템도 올해 영업이익 3900억원, 내년 5400억원으로 지난해(2100억원) 대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적으로 국방비 확장 기조가 이어지는 점도 호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 회원국은 글로벌 군비 지출 확대를 주도한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국 국방비 지출이 가파른 증가세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K방산에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두 후보 모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누가 되더라도 방산 수출 호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단 시각이 우세하다.

방위 산업 ETF도 순항 중이다. 한화자산운용이 굴리는 ‘PLUS K방산’ ETF 순자산은 최근 21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 순자산 1000억원 돌파 후 4개월여 만이다. 이 ETF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위 산업 대표 기업에 투자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50%에 달한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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