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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실수요자 대출절벽 우려…5대 은행, 주담대 문턱 다시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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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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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고 있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난다. 은행권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한껏 높아진 대출 문턱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을 만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한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 4일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간담회에서 "정상적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취급 시 실수요자 예외 조건을 발표했다. 은행권 최초로 1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금지했던 우리은행이 이 원장에 백기를 든 셈이다.

우리은행은 1주택자라도 결혼예정자이거나 상속을 받는 차주를 대상으로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전세대출도 ▲직장 변경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부모 봉양 ▲이혼 ▲분양권·입주권 보유 ▲분양권 취득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1주택자 전세대출 금지, 수도권 유주택자 추가 주담대 중단, 타행 주담대 취급 제한, 주담대 만기 최대 30년으로 단축, 임주자금대출 취급 제한 등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예외 규정을 따로 두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서로 다른 가계대출 규제를 두고 있다. 은행별로 '투기적' 부동산 수요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대출 시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국민은행은 9일부터 1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제한한다. 다만 실소유자의 조건부 주담대(기존 보유 주택 처분)는 허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10일부터 무주택자에게만 주담대를 내주기로 했다. 특히 기존 1주택자의 조건부 주담대도 취급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1주택자의 갈아타기를 실수요가 아닌 '투기'로 해석한 셈이다.

조건부 전세대출은 5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4곳이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농협은행은 실수요자의 불편을 고려해 세부적인 조건을 추후 다시 정할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현재 중단하고 있는 조건부 전세대출을 11월 1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중구난방인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 간담회 이후 통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자고 나면 달라지는 정책 탓에 당장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앞서 열린 이복현 원장의 실수요자 간담회에서 나온 불편들은 대부분 우리은행과 관련돼 있었던 만큼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1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존 대출 규제에 예외 조항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주담대는 신용대출과 달리 안전한 담보를 잡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총량이 늘어나도 건전성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며 "다만 5대 은행 모두 연초 제시했던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인 만큼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재검토하라는 주문을 내렸기 때문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은행별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지만 간담회에 대한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조율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실수요자를 투기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투기 수요에 자율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침만 내린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혼란을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정부는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실거주가 아니면 투기로 간주하려는 듯하지만 이 같은 시각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사하는 1주택자가 매매 대신 임대한다고 해서 실수요자가 아니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실상 부동산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가려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규제안을 내놨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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