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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막오른 '쌍두전차' 시대 맞은 현대로템, K2로 전세계 129조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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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루마니아 수출 기대속

방산매출 상반기 48%로 껑충

노후전차 교체 수요도 129조

우즈베크 2700억 고속철도 등

철도서도 출혈경쟁 않고 수익

내달 모로코 수주전에 공들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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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제작사로 잘 알려진 ‘철도 명가’ 현대로템(064350)은 2018년부터 3년간 연속 적자를 낸 현대차(005380)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962억 원, 27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매각설도 파다했다. 독일 지멘스가 철도 부문을 인수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랬던 현대로템이 달라졌다. 2020년 그룹 재무통인 이용배 대표가 부임해 철도의 저가 수주를 축소하고 방산 부문에 힘을 주면서 반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4025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지난해(2053억 원)의 2배에 가까운 실적이다. 회사를 이끌던 철도 전차(電車) 사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인 방산 전차(戰車) 사업이 더해지면서 ‘쌍두전차’ 시대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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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K2 전차를 앞세워 현대로템이 세계 방산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전체 매출에서 방산 부문인 디펜스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1.2%에서 올 상반기 47.9%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철도 부문(레일솔루션)의 비중을 넘어선 뒤 격차를 11.7%포인트로 벌리며 순항하고 있다. 주력은 K2 전차다. 1984년 한국형 K1 전차를 개발하며 전차 사업을 시작한 현대로템은 38년 만에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 납품에 대한 기본 계약을 맺었고 내년까지 1차 실행 계약 건 180대를 인도하기로 했다. 올해 말에는 남은 820대 중 180대(4조 5000억 원 규모)가량을 다시 분할 납품하는 2차 실행 계약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가격과 기술이전, 금융 지원 등 세부적 조건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

250~300대 규모(6조 3000억~7조 5000억 원)의 루마니아 전차 도입 사업 또한 올해 말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은 이미 루마니아 현지에서 전차 성능 시연을 한 상태로 입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1950~1990년대 전 세계로 수출된 미국·독일·러시아제 노후 전차에 대한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슬로바키아·오만 등에서도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관련 수주액 총합이 총 129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폴란드 이외에 K2 도입에 긍정적인 국가가 6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방산 부문의 성장에 가렸을 뿐 원조 주력 사업인 철도 부문도 안정적 수익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영업이익으로 보면 방산과 철도 부문의 비중이 50대50”이라고 전했다.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저가 수주 사업을 탈피해 대형 사업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주한 2700억 원 규모의 고속철 사업은 이 같은 흐름에서 나온 쾌거다.

2004년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KTX를 개통한 지 20년 만에 한국 고속철을 수출하게 됐다. 관련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수익으로 반영될 경우 철도 부문 비중은 재차 방산 부문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과 철도 두 사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회사를 이끄는 셈이다.

철도 부문 사업부는 지난달 16일 2400억 원 규모로 미국 매사추세츠주교통공사(MBTA)와 보스턴 2층 객차 추가 공급 본계약도 체결했다. 사업 규모 2조 원 이상, 총 168량을 공급하는 대규모 모로코 고속철 사업은 정보제공요청서(RFI)를 회신한 상황이다. 10월 우선협상 대상자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최근 모로코를 찾는 등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모로코 고속철 사업까지 따낸다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트램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민환 기자 yoogiz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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