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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백제와 신라의 용, 어떻게 다를까…관련 유물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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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박물관, 특별전 ‘백제의 용’ 10일 개막

무령왕릉 출토 은팔찌·신라의 큰칼 등 국보·보물 13점 포함 174점 선보여

경향신문

국립공주박물관이 기획특별전 ‘상상의 동물사전-백제의 용’을 10일 개막한다. 사진은 공주 무령왕릉에서 나온 ‘용·봉황장식 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 왼쪽), 용무늬가 있는 백제와 신라의 은팔찌인 ‘글자를 새긴 용무늬 은팔찌’(보물, 무령왕릉 출토, 오른쪽 위)와 ‘용무늬 은팔찌’(경주 황오동 고분 출토).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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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스러운 용은 저 먼 옛날 고대인들이 상상한 동물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갖가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또 두려움 극복이나 간절한 소망을 투영해 만들어 낸 것이다. 고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중국,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용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역, 시대, 민족에 따라 그 능력, 상징적 의미, 미술적 표현도 저마다 다르다.

고대 동양에서 용의 모습은 9가지 동물의 특징을 융합한 형태다. 중국의 문헌인 ‘광아’(廣雅)에 따르면, 용의 머리는 낙타 머리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눈은 토끼, 귀는 소와 흡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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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복암리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용 무늬 장식이 달린 금동신발(보물).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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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받침 있는 은잔’(동탁은잔)에는 용을 비롯한 다양한 무늬가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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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하고도 무궁무진한 능력을 지닌 용은 사람들의 경외심을 불렀다. 물이나 바다를 다스리는가 하면,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존재여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용은 봉황, 기린, 천마 등 다른 신령스러운 상상 속 동물의 대표격이다.

용의 특별한 힘, 특성은 지배자의 권위, 권력을 드러내는데 활용되면서 최고 지배자, 왕 등을 상징했다. 실제 삼국시대의 지배층 관련 유물에는 용 무늬가 많다. 백제 무령왕릉, 신라의 금관총, 사신도로 유명한 고구려의 강서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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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초기 유적인 서울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청동자루 솥’(위)과 부여 외리에서 나온 용무늬 전돌(아래 왼쪽), ‘계유명전씨 아미타삼존불 비상’(국보)의 용 무늬 세부 모습.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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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사람들에게도 용은 특별한 존재였다. 백제인들이 용을 어떻게 상상하고, 또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국립공주박물관이 10일 개막하는 기획특별전 ‘상상의 동물사전-백제의 용’이다. 다양한 유물을 통해 백제 사람들이 생각한 용의 모습, 신령스러운 능력, 유물 속에 담아낸 상징과 의미 등을 이해하는 자리다.

특별전에는 국보 6점, 보물 7점을 비롯해 백제와 신라 등의 유물 148건 174점이 선보인다. 백제 유물은 초기부터 말기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특히 무령왕릉 출토품으로는 ‘용·봉황장식 고리자루큰칼’(용봉문 환두대도), 무령왕비의 ‘글자를 새긴 용무늬 은팔찌’(국보), ‘받침 있는 은잔(동탁은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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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시대 유물로 평양 석암리 고분에서 출토된 ‘금제 허리띠고리’(국보)의 용 무늬 세부 모습(위), 공주 무령왕릉 출토 용·봉황장식 환두대도(아래 왼쪽 사진 왼쪽)와 신라 창녕 교동고분에서 나온 용·봉황 장식 환두대도(아래 왼쪽사진의 오른쪽), 백제의 환두대도들(사진 아래 오른쪽 위부터 천안 용원리 12호분, 공주 무령왕릉, 천안 용원리 1호분 출토).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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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제 초기의 왕성으로 추정되는 서울 풍납토성에서 나온 ‘청동자루 솥’, 마한 영역이던 나주시 복암리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보물)과 전북 고창의 고분 ‘고창 봉덕리 1호분 출토 금동신발’(보물), 부여(사비)시기 유물인 ‘용무늬 벽돌’, 백제 말기나 통일신라시대 초기 유물로 추정되며 불상과 용 머리·연꽃 등이 조각돼 있는 비석인 ‘계유명전씨아미타삼존불비상’(국보) 등도 출품됐다. 다만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나온 유명한 금속공예품이자 용 조각이 두드러지는 ‘백제 금동대향로’는 실물 대신 보조자료가 선보인다.

금동신발, 은 팔찌, 큰 칼, 청동 솥, 벽돌 등 이들 유물은 형태·재질은 물론 제작된 시기와 지역 등이 다양하다. 하지만 무늬로든 조각이로든 모두 용이 표현돼 있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 백제인들이 상상한 용, 그 용을 어떻게 인식하고 유물에 구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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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미추뢍릉 인근 고분에서 출토된 ‘서수형 토기’(보물).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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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보상화·용 무늬 전돌’.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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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에도 용은 물과 깊은 관련이 있었고, 지배자의 권력과 권위를 상징했다. 평면적으로 표현되던 용이 점차 입체적으로 변화되고, 단순한 장식을 넘어 큰 상징적 의미를 담아내기도 한다. 불교와 도교는 사상적·신앙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백제금동대향로’는 이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시장에서는 같은 백제계 유물이지만 서로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정촌고분 금동신발과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 무령왕릉과 천안 용원리 고분에서 나온 고리자루큰칼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특히 신라와 가야 등 다른 용 관련 유물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전시장에는 낙랑시대의 유물로 평양의 석암리 고분에서 출토된 ‘평양 석암리 금제 허리띠 고리’(국보)도 나왔다. 신라의 상서로운 동물(서수) 모양의 ‘서수형 토기’(보물)와 경주 황룡사지에서 발굴된 ‘보상화·용무늬 전돌’, 합천 옥전고분군 출토품인 고리자루큰칼 등도 관람객을 맞는다. 용과 봉황무늬가 다같이 장식된 공주 무령왕릉의 고리자루큰칼과 창녕 교동 고분에서 나온 신라의 고리자루큰칼의 비교감상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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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박물관의 ‘상상의 동물-백제의 용’ 포스터.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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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박물관 이정근 관장은 9일 “이번 전시는 관람객 눈높이에 맞춰 백제의 용을 새로운 시각에서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며 “마치 책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 속에서 다양한 유물과 참고 자료, 영상 등을 통해 백제인들이 가진 용의 상징과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백제문화의 다양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주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매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가족프로그램인 ‘우리 가족 슬기로운 공작생활’ 시리즈를 운영하고, 특별강연회도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공주박물관 누리집(https://gongju.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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