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국제 구호 활동가들에게 최악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지구와 남수단 등 분쟁 지역으로 연간 구호 활동가 희생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세계에서 사망한 구호 활동가는 18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280명의 구호활동가가 희생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118명의 구호 활동가가 목숨을 잃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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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가자지구와 내전 중인 수단·남수단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경우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280명의 구호 활동가가 세상을 떠났다. 올해 들어 납치되거나 부상한 구호 활동가 각각 68명, 101명에 달했다.

희생자 중에선 현지인 직원의 비중이 높았다. 국제 구호 기관들을 중심으로 외국인보다 현지 환경과 지역사회 요구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지인이 선호되면서 채용이 늘어난 여파다. 실제로 국제 인도주의 구호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RC)의 경우 직원의 98%가 현지인이다. 또 적십자와 적신월사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1600만명이 지역 사회 출신이다.

문제는 이들이 대체로 국제 직원 대비 안전 교육이나 대응 조치 훈련에서 미흡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드비전의 인도적 대응 책임자인 제프 라이트는 현지 상황 악화 시 국제 구호단체의 외국인 직원들은 대피하지만, 현지인 직원들은 현장에 남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일례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2021년에 외국인 구호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철수할 수 있었지만, 현지인 구호 활동가들은 그대로 남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어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

구호 기관 티어펀드의 동아프리카 및 중부 아프리카 지역 책임자인 에브다비 키아야는 "지역 구호 종사자들, 즉 자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에 처해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국제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을 공격한 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권력가들도 현실을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그동안 구호활동가들을 보호해온 국제 인도주의 법을 무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위험 요소"라고 짚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4월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이동 경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타깃 공격을 감행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디언은 "국제 인도주의 법 위반은 전쟁범죄로 간주하지만, 국가 차원의 기소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기껏해야 유엔 안보리 결의나 규탄, 비난 여론이 들끓는 정도에서 끝난다"고 지적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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