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뭐가 담겼나
낙인효과·혁신 동력 저해 우려에
사전 지정 대신 ‘사후 추정’ 제시
1개 회사 시장 점유율 60% 이상 등
규제 대상 사업자 미리 파악 방식
업체에 반경쟁행위 입증책임 부여
쿠팡·배민 등은 규제 피해 갈 듯
해외 업체 매출액 규모 축소 등에
국내 기업 역차별 가능성도 제기
9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날 당정 협의를 통해 나온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이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경쟁플랫폼 이용 금지), 최혜대우 요구(타사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 강요)를 하면 이를 신속히 차단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 기업을 사전 지정해 규제 대상으로 공표하기보다 지배적 플랫폼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이 기준에 맞는 사업자가 반칙을 하면 ‘맞춤형’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입법 추진방향 발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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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과 관련한 각종 자사우대 행위가 빈번했지만 ‘뒷북 제재’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해 2월 공정위가 제재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자사 가맹택시 우대 사건 등을 살펴보면 시장 진입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이는 급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관련 시장을 획정하고, 경쟁제한성을 입증해야 하는 점이 쉽지 않은 탓이다. 공정위가 당초 사전지정제를 도입하려 했던 것도 시장지배적 사업자 및 관련 시장을 획정하는 절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컸었다.
공정위는 앞으로 사후추정 요건을 활용, 규제 대상 사업자를 미리 파악하는 방식을 도입해 제재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해 사후추정 요건에 맞는 사업자를 대략 파악하면 나중에 시장 획정 등에 따른 절차를 줄여 사건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지배적 플랫폼이 중개, 검색, 동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서비스에서 4대 반경쟁행위를 하면 입증책임도 규제 대상에 부과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판단한 뒤 자사우대 등과 관련한 경쟁제한성까지 입증해야 했다. 앞으로는 규제 대상 업체 측이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곧바로 제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4대 반경쟁행위 위반이 명백하고 △경쟁 제한이 회복 곤란한 경우 △이용자 손해 확산 우려로 예방의 긴급 필요성이 인정되면 반경쟁행위를 차단하는 임시중지명령도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과징금 상한 역시 관련 매출액의 6%에서 8%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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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후추정 요건을 두고 규제 대상 업체 측이 반발하면 개정안 취지대로 신속하게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사후추정 기준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1개 회사 시장 점유율 50% 이상)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그 요건에 해당되면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주기적 실태조사를 통해 신속한 추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 ‘신속한 사건 처리’라는 입법 목적을 상당 수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지난해 매출액을 3000억원대로 신고하는 등 해외 업체들이 매출 규모를 감추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더 심한 규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직간접 매출액을 다 포함해서 사후추정 요건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매출액이 작아서 빠지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라며 “구글에도 매출액 산정을 통해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당정 결정에 대형 플랫폼사들은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큰 지배적 플랫폼을 상대로 사전 지정이 아닌 사후 추정해 규율 대상을 정하도록 한 데 대해 환영하는 눈치다. 그간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업계는 공정위의 자의적 집행이 가능한 추상적인 ‘정성요건’을 고려한 사전지정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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