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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사설] 돈 쓸 일 계속 발표하며 요금 인상은 안 해, 어쩌자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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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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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에 이어 동결했다. 건보료 동결은 올해를 포함해 역대 네 번째로, 2년 연속 동결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복지부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국민의 부담 여력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인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건강보험 준비금은 27조원이다. 올해 건보 재정도 2조원 넘게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의정 갈등 상황에서 2028년까지 필수 의료 분야에 건보 재정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또 수가 정상화 등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부터 5년간 국가 재정 10조원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굵직한 것만 따져도 20조원 이상을 더 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료율을 2년 연속 동결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지부도 지난 2월 내년 건보료율 1.49% 인상이 적정하다고 했다. 그래놓고 이번에 동결한 것이다. 막대한 돈을 쓰겠다면서 요금은 안 올리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의료 상황이 정상화되면 건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자연히 건보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인구 감소와 저성장 기조 때문에 보험료 수입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정해진 미래’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건보 재정 전망도 2026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점차 적자 폭이 커지는 것이다. OECD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건보 보장률(65.7%)을 확대하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건보 재정에 다소 여유가 있더라도 건보료를 선제적으로 올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의 지적이었다.

국민 눈을 가리는 포퓰리즘 때문에 공공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한 대가는 가혹하다. 문재인 정부가 전기 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자 한전은 투자 여력이 없어져 전기를 보낼 송전 선로조차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경유의 유류세를 한번 인하하더니 정상화 시점을 찾지 못하고 연장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 포퓰리즘의 대가는 머지않아 국민이 치르게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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