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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총은 선수들이 쏘고, 돈은 직원들에 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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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사격연맹 등 체육계 비리 공개

한국 사격은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금 3개 은 3개)을 거뒀다. 사격연맹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은 선수 5000만원, 코치진 2500만원, 은메달은 선수 2000만원, 코치진 1000만원이다. 그런데 사격연맹은 3억1500만원의 포상금을 아직 못 주고 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체육계 비리 국민제보센터’를 운영하는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문제를 포함한 “체육계 비리 제보 70여 건을 접수했다”면서 일부를 공개했다. 배드민턴과 태권도, 빙상, 수영, 축구 등 13종목 현장에서 각종 의혹이 있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진 의원은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진 의원은 “신명주 전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취임 두 달 만인 지난달 초 돌연 사임했고 신 전 회장이 취임 시 내기로 했던 후원금(3억원)을 아직 주지 않아 각종 선수 포상금 3억7870만원(80여 건)이 미지급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직원에게 성과급은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신 전 회장은 대한하키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경기 용인 명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격연맹은 2002년부터 회장사를 맡아 지원을 했던 한화그룹이 손을 떼면서 후임 회장을 물색했다. 지난 6월 세 번째 공모까지 거친 끝에 신 병원장이 회장에 선임됐지만 이후 병원 직원 200여 명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개월 만에 물러났다. 파리올림픽 기간 중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임금 체불 조사에 착수하면서 아직 이 사태는 진행형이다. 진 의원은 “임금 체불 의혹은 지난해 이미 알려진 만큼 연맹이 회장 선임 과정에서 검증을 제대로 했다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문제는 신 전 회장이 후원금을 주지 않으면서 포상금 지급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1년 예산이 56억원인 사격연맹은 신 전 회장의 후원금을 포상금 등 용도로 쓸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사격선수권과 아시아사격선수권 개최 공로로 올 초 연맹 직원 9명에게 성과급 3200만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제보센터에 접수됐다. 이 때문에 “선수들 포상금은 안 주면서 직원들은 성과급을 다 받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성과급을 주려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도 건너뛴 것으로 알려졌다.

사격연맹 측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포상금은) 원래 오는 12월 ‘사격인의 밤’ 행사를 열고 그때 지급할 계획”이라면서 “신 전 회장이 (본인) 부동산을 처분해서라도 포상금 일부를 보태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신 전 회장이 약속을 안 지키면 연맹 사격 진흥기금(16억5000만원)을 헐어서라도 포상급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기금에 손을 대려면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이 필요하다. 직원 성과급 부분에 대해선 “행정 실수”라면서 과오를 인정했다.

이 밖에도 이날 진 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작년 경륜 선수 후보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과락(科落)’ 기준을 새롭게 신설하고도 이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3명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했다. 과거 기준이었다면 합격할 수 있었던 지원자들이었다는 것이다. 공단은 “세부 합격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건 맞다”면서 “공단 재량으로 결정한 사안이지만 앞으론 기준을 상세 공개하겠다”고 했다.

재(在)캐나다대한체육회 정모 전 회장이 2022년 전국체전 참가자 54명에게 지급될 항공료 등 지원금 중 일부(700만원)를 횡령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정 전 회장이 물러나고 후임 회장이 나중에 지원금을 지급했다”면서 “(정 전 회장이) 캐나다에 거주하기 때문에 수사를 의뢰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강원 화천군 한 중학교 레슬링 선수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육상 대회에 차출됐는데, 이 여파로 선수 8명 중 6명이 기말고사 최저학력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레슬링 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제보도 있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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