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혼란 우려에는 "수험생 이해할 것"
일부에선 "합리적 타협안 필요" 현실론
시민사회 "증원 철회, 재고할 가치 없어"
9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전경. 이날 전국 각 39개 의대는 내년도 수시 모집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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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시작됐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도 본격화했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겪을 불안과 사회적 혼란에도 일방적 주장을 고집해 어렵사리 마련된 공론장이 출범도 전에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내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9일 시작돼 전국 39개 의대도 입학 지원서를 받고 있다. 의대 수시 선발 인원은 총모집정원(4,610명)의 67.6%인 3,118명이다. 예정대로 입시 일정을 진행 중인 교육 현장과는 무관하게 의사들은 당장 내년 증원을 철회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대 증원 백지화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2025년을 포함한 의대 증원 취소가 없으면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응급실 위기, 대학병원 의료진 소진 등을 거론하며 "유일한 해결법은 전공의 복귀"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2025학년도는 물론 정부가 의대 정원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2026학년도 증원까지 취소한 뒤 "2027학년도 정원부터 논의하자"고 재차 제안했다. 2027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정치권이 민감한 이슈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대 증원을 아예 무산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의협은 증원 백지화가 필요한 이유로 의대 교육 파행을 들었지만, 증원 무효로 올해 수험생이 겪을 혼란에 대해서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도 이해해 줄 것"이라며 외면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2025학년도 증원 철회를 대화 전제 조건으로 못 박았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입시가 시작됐다고 해서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며 "2025학년도 정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 놓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입시 혼란 우려에 대해서는 "수시 결과는 수능이 끝난 이후에 나오니 그때까지 증원 철회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으나 그건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들이 입실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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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일부는 "이미 입시 절차가 시작돼 내년 증원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합리적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사계가 정원 규모 재조정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같은 현실론도 제기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의정 간 신뢰 붕괴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는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의료인 수요추계를 제시해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기 바란다"고 타협 가능성을 열어 뒀다.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 철회 요구에 선을 그으며 의료계의 대화 참여를 호소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에서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정치권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의료계가 합리적 근거를 갖고 2026학년도 증원 규모를 제안한다면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대화할 수 있으니 전향적으로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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