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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여야 ‘추석 인사’ 대결…이재명·조국 ‘용산역 승부’, 한동훈은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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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월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던 도중 채상병 특검을 요구하는 해병대 단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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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27일 추석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귀성 인사에 나섰다. 여야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날 새벽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죽이기 표적 수사를 벌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파면하라”고 했다. 비상이 걸린 국민의힘은 “법치주의 유린 비상사태”라고 주장했지만 힘이 달렸다.



국민의힘은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이날 오전 용산역과 서울역을 잇달아 방문하기로 했던 추석 귀성 인사를 미루고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귀성 인사는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진행됐다. 서울역은 보수 지지 기반이 강한 대구·부산 등으로 향하는 경부선 케이티엑스(KTX) 출발역이다.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민생은 국민의힘’이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른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반면 엿새 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뒤 극심한 내홍을 겪던 민주당의 귀성 인사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호남선·전라선 KTX 기점인 용산역에 총출동했다. 호남 출신 서울 유권자와 호남 민심을 모두 챙길 수 있어 민주당이 주로 찾는 귀성 인사 장소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용산역에서 이 대표 복귀 의지를 전하며 방송법 등 중점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단식에 들어갔던 이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 뒤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 대표는 당 공보실을 통해 “정부가 야당 탄압에 몰두한 채 민생을 팽개쳤다. 민주당이 무너지는 민생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추석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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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해 9월27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귀성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용산역 철도승강장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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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설·추석 때마다 벌이는 귀성 인사 대결이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어김없이 예정돼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격하게 붙은 대정부질문(9∼12일)이 마무리된 이튿날인 13일이 디데이다. 여야는 중점 홍보 문구(내용), 장소(형식)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즐겁게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너무 무겁지도, 너무 싱겁지도 않은 세련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귀성 인사 장소를 물색 중이다. 4·10 총선 참패와 한동훈 대표 취임 뒤 맞는 첫 명절인 만큼 의미와 효과를 두루 챙길 필요가 있다. 서울역이 아닌 부산 방향 고속도로 휴게소인 ‘서울 만남의 광장’을 검토했는데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추석 인사 어깨띠 문구는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모두의 힘 모두의 한가위’로 정했다. 추석용 정책·정치현안 현수막 10종도 따로 만들었다. 육아휴직급여 인상, 공공주택 공급, 금투세 폐지 등이다. 추석 홍보물에는 지난 설과 마찬가지로 한 대표의 손글씨를 담았다.



민주당은 전통의 귀성 인사 장소인 용산역으로 향할 예정이다. 어깨띠 문구는 ‘희망 나누는 한가위’ ‘국민건강 민생회복’으로 정했다. 야당으로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위기와 정부의 경제정책 실정을 모나지 않게 지적하려는 의도다. 추석용 정책현안 현수막은 응급실 뺑뺑이, 민생회복지원, 우리 땅 독도 등 3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호남선·전라선이 출발하는 용산역으로 향한다. 조국혁신당은 오는 10월16일 치르는 전남 영광·곡성 군수 재선거에 조국 대표가 전면에 나서 중앙당 차원의 총력전을 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에 고정된 호남 민심 풍향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간과 장소가 민주당 지도부 귀성 인사와 겹칠 가능성도 있다. 조 대표는 귀성 인사 뒤 곡성·영광을 모두 방문할 예정이다.





장소 선정의 정치학…때로는 화를 불렀다





지난 2월 설 연휴를 앞둔 귀성 인사는 4·10 총선이 두 달 뒤 치러지는 상황이 반영됐다. 국민의힘은 서울역, 민주당은 용산역, 개혁신당·원칙과상식은 수서역(SRT)을 찾았다.



귀성 인사 장소를 갑자기 바꾸기도 한다. 지난해 설, 국민의힘은 서울역이 아닌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 구룡마을로 귀성 인사 장소를 변경했다. 민생을 챙기는 여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2017년 추석 귀성 인사는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정당이 쪼개지고,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가세하면서 장소를 두고 혼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도부를 쪼개 서울역·용산역·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영호남 가리지 않는 귀성 인사 물량공세를 폈다.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처였다. 탄핵 과정에서 분당한 바른정당은 서울역,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과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한 국민의당은 용산역에 모였다.



민주당이 용산역이 아닌 서울역을 찾는 경우도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린 2018년 설, 민주당은 서울역 영동선 KTX 플랫폼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귀성 인사 자리에서 동티가 나기도 한다. 자유한국당은 2017년 추석 귀성 인사 때 용산역에서 ‘전술핵 재배치’ 홍보를 하다 일부 귀성객의 반발을 샀다. 2020년 설 귀성 인사 당시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차별 발언에 항의하는 장애인단체 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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