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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연합시론] 국제기구도 경고한 한국 가계부채, 당국 관리능력 미심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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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BIS 보고서 캡처]
맨 오른쪽 그래프의 파란색 선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과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알파벳 U자를 뒤집어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서울=연합뉴스) 한국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을 거론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를 넘어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 가계 등 민간부문의 부채를 일컫는다. 한국의 민간신용 비율은 작년 말 현재 222.7%(BIS 기준)로 가계부채 100.5%, 기업부채 122.3%다. 처음에는 부채가 성장을 촉진하는 정비례 관계를 보이다 100%를 넘어서면 꼭짓점을 찍고 반비례로 돌아서 성장을 가로막는 '역(逆)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빚을 내 소비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상환과 이자 지급 부담에 미래 성장 잠재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BIS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고삐 풀린 망아지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낸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130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3천억원 늘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크게 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인 8조2천억원 불었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고,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로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은 "5∼6월 늘어난 서울 주택 거래가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진 게 가장 주된 요인"이라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 등으로 9월 증가 폭은 축소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집값 상승 기대, 이사철 수요, 금리인하 전망 등은 불안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위험신호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지만 정책·금융당국의 관리 능력은 미심쩍기 그지없다. 대출 정책에 대한 부처 수장들의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정책 엇박자가 심각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대출 정책에 혼란을 준 것과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자신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하고 은행들이 대출 규제에 들어가자 다시 실수요자 피해를 지적하면서 불거진 혼선을 거론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디딤돌·버팀목·신생아특례 등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면서 금리는 조정하되 대상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의 80%에 육박하는 정책대출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6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데 정책자금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가계부채나 부동산시장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메시지다. 제발 입을 열 때는 다른 부처와 먼저 조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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