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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사설] 한-일 대륙붕 협상, 윤석열 대일 ‘양보 외교’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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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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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장관이 향후 한-일 관계 방향을 결정짓게 될 ‘한-일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협정’을 연장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일 ‘양보 외교’의 운명을 결정지을 이슈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본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논리를 개발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본 역시 겉으로만 협력을 말할 게 아니라, 한국이 공감할 만한 실질적 조처를 이행해야 한다.

조 장관은 10일 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협정’ 연장과 관련해 “일본과 국장급 레벨에서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978년 6월22일 발효된 이 협정은 제주도 남쪽 200㎞에 위치한 7광구라 불리는 동중국해 대륙붕을 한·일이 공동개발한다는 것이다. 50년 기한인 이 협정은 만료 기한 3년 전, 즉 2025년 6월22일 이후 어느 한쪽의 서면 통보에 의해 종료된다.

만약 협정이 종료되면, 한국은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1970년대엔 국가 간 대륙붕의 구획 기준이 ‘대륙붕 연장선’이었지만, 1982년 유엔 해양법협약을 계기로 두 나라 간 ‘중간선’으로 바뀌었다. 이 지역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일본 입장에선 협정을 종료시킨 뒤 장기적으로 독자 개발을 준비하는 게 현재보다 더 유리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한 일본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는 내년 6월은 마침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을 맞는 달이다. 윤 대통령의 일방적 양보로 애써 정상화된 양국 관계 개선 흐름에 일본이 ‘물 반 컵을 채우기’는커녕 재를 뿌리는 결정을 내린다면, 한국인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를 수 있다.

동중국해 북단에 자리한 이 바다는 중국도 전략적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 해역이다. 일본이 협정을 종료하면 중국이 끼어들어 한·중·일 3국 간에 치열하고 혼탁한 각축이 시작될 게 뻔하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한-일 협력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일본이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한국을 희생하고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정을 내린다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한-일 협력도 한계에 이를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 큰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그 여파는 한·미·일 3각 협력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양보해놓고 ‘일본의 배려’를 절박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양보 외교’의 허망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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