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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사설] 자정도 자율도 믿지 못할 체육계, 비리·구태 뿌리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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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불합리한 운영 의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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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으로 불거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체육계의 구시대적 행태와 비위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숱한 개선 조치에도 반복되는 구태를 보면 체육계의 자정 능력에 의문이 든다. 정부는 다른 협회로 조사를 확대하고 체육계 개혁 방안도 마련한다지만, 그동안 방임한 책임 또한 작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배드민턴협회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택규 협회장과 임원들에게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 등이 후원사로부터 구입한 물품의 30%에 해당하는 물품을 추가 후원받아, 관련 임원이 회장인 지역 협회 등에 임의로 배정했다는 것이다. 일부 임원은 후원사 유치 명목으로 유치금의 10%를 성공보수로 받았다. 반면 선수들은 후원금 20%를 배분받을 수 있는 규정이 최근 삭제된 사실조차 몰랐다. 경기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라켓·신발 등도 후원사 것만 쓰도록 강요받았다. 공식 폐기된 ‘복종 강요’ 조항도 유지됐다. 선수들의 노력과 재능에 일부 협회 임원들이 기생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세영 선수의 문제제기는 인간관계가 좁은 체육계 특성을 감안하면 그가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며 속으로만 곪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어린 선수들의 문제제기에는 무심하고 감독에는 소홀했던 어른들로선 사과해야 할 일이다.

체육계의 구태는 해묵은 것이다. 선수들을 옭아매던 복종 강요 규정을 32년 만에 철폐하는 계기가 된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불과 4년 전 일이다. 당장 대한체육회부터 파리 올림픽 참관단 구성을 두고 ‘체육회장 선거용’이란 뒷말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10일 배드민턴·태권도·사격 등 종목에서 협회의 뇌물수수·성폭력 등 70여건의 비리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체육계 단체·협회들에 자정이나 자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감독에 소흘했던 정부부터 책임을 다해야 한다. 차제에 철저한 조사와 엄벌로 구습과 비리를 뿌리 뽑고, 공정·상식 위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 선수들의 눈물과 땀의 열매가 일부 인사들의 밥상이 되고 선수들에겐 좌절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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