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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보수 정책 제언 ‘프로젝트 2025’ 무시한 트럼프 [美 대선 TV토론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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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서 “나와는 관계 없다” 선 그어

당·제도 존중 않는 즉흥적 태도 도마에

가짜뉴스發 이민자 혐오 발언도 논란

미국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수 싱크탱크의 정책 제언집을 무시하는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정파 내의 정책 제언조차 존중하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이민자가 애완견을 먹는다”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인용해 이민자 혐오를 확산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토론에서 헤리티지재단이 주축이 돼 만든 공화당의 집권보고서 ‘프로젝트 2025’에 대해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nothing to do with)”고 언급했다. 프로젝트 2025는 한때 트럼프의 공약집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가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직접 토론 자리에서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세계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TV 토론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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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11일 오피니언면을 통해 트럼프 캠프는 다른 그룹(프로젝트 2025)이 그의 어젠다를 대표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대통령의 충동을 억제하고 일관성 있는 사상과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트럼프의 견해를 따르는 것은 영원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프로젝트 2025 같은 제도적인 틀을 좋아하지 않으며, 즉흥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따라 국정운영을 하려 한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근거 없는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토론에서 이민자 문제에 관해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말했다.

스프링필드는 아이티 출신 이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도시다. 인구 5만8000명의 스프링필드에는 최근 약 3년간 1만5000명 정도의 아이티계 이주민들이 유입됐다. 이주민이 늘자 임대료가 오르고 학교, 병원 등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틈을 SNS발 가짜뉴스가 파고들었다. 아이티계 이주민들이 스프링필드의 반려동물을 납치한 후 잡아먹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짜뉴스가 확산하자 스프링필드 경찰국은 “이주민 커뮤니티 내에서 반려동물이 해를 입거나 학대당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나 구체적인 주장은 없다”고 발표했다.

세계일보

10일(현지시각)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로저스 파크 광장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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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찰의 발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가짜뉴스를 사실인 양 밝힌 것이다.

가짜뉴스로 인해 이주민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커뮤니티센터 책임자인 바이슬 도세인빌은 로이터통신에 협박 전화를 받았다며 “우리는 어디를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이티 이주민들의 소식을 전하는 아이티타임스는 SNS상에 인종차별적 표현들이 늘어나며 아이티계 주민들이 괴롭힘, 폭행, 협박 등을 보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경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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