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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디지털 성범죄 온상' 텔레그램 첫 내사, 창업자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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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경찰이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텔레그램 내사에 들어갔다. 피의자들이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불법 합성 영상물을 활발하게 공유했으니 텔레그램도 범죄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12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집중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텔레그램 내사에 착수했다.

◆ 텔레그램 사상 첫 내사…창업자 입건 검토

경찰이 텔레그램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성착취물이 유포 및 거래된 이른바 'N번방 사건'이 터졌을 때도 텔레그램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커지면서 이젠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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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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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텔레그램은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전 사례들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청소년성보호법과 성폭력처벌법에 대한 방조다.

경찰은 구체적 혐의와 범죄 사실이 특정되면 텔레그램 창업자를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국제공조 등도 진행할 예정으로 "입건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다"며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텔레그램이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하고 있다는 인식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리 잡고 있다.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는 지난달 말 프랑스 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텔레그램 내 아동 음란물 유포와 마약 밀매, 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해 사실상 공모하고 수사 당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예비 기소됐다.

경찰은 이번 프랑스 기소 사례 등 해외 형사처벌 사례도 참고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범죄 방조 혐의 입증 까다로워…시스템 개선이 근본적 해결책

관건은 혐의 입증이다. 두로프는 최근 "텔레그램 사용자의 99.999%는 범죄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불법 활동에 연루된 0.001%는 전체 플랫폼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 약 10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의 이익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이 강조하는 '사용자의 이익'이란 사이버 검열에서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다. 결국 뛰어난 보안성을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데 쓰지 않고 범죄에 악용하는 일부 사용자가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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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텔레그램 창업자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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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로프는 또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용자의 불법 행위를 이유로 회사 대표를 기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자신을 체포해서 형사처벌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자신을 체포하고 형사처벌한다고 디지털 성범죄가 예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두로프는 자신을 체포하는 것보다는 서비스를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듯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주변 사람들' 기능 등 일부 기능을 삭제했다. 재판 과정에서 텔레그램 측의 이런 노력은 방조 혐의를 입증하는 걸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다만 혐의 입증을 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나라가 동시다발적으로 텔레그램 창업자를 형사처벌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기업에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입건 전 조사만으로도 회사는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며 "다만 입건 이후 텔레그램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방조했다는 걸 입증하는 과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범죄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동시에 특정 플랫폼이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플랫폼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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