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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곧 이사인데 대출 어쩌지”…떨고있는 서민들, 소나기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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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 전세대출 됐던 신한
예외규정 만들어 제한적 운용

금융당국 오락가락 주문에
은행들 잇단 대출규제 조정


매일경제

3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업무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2024.9.3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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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은행별로 내세우는 대출규제가 사분오열되면서 소비자 혼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분양주택의 1주택 전세세입자에 대해 대출을 허용했던 신한은행은 돌연 실수요 조건을 추가하며 제동을 걸었다. 당장 11월경 입주를 앞두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에 전세로 들어가려는 1주택자들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또 1주택자 중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만 아니라면 전세자금대출을 내주던 방침도 변경했다.

12일 신한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실수요자 인정 요건’을 발표했다. 연말 입주가 예정된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들어가려 했던 1주택자의 경우 신한은행에서도 이사, 이직, 이혼, 결혼 등 예외적 상황이 아니면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각 은행들이 속속 1주택자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 이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뿐이다. 그마저도 농협은행은 분양대금 완납 조건을 걸어 잔금대출과 연계가 돼 있는 상황이다.

잔금대출도 문제다. 둔촌주공 재건축처럼 단지 규모가 큰 경우 여러 은행이 조합과 나눠서 잔금대출 관련 계약을 한다. 당장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11월 말로 예정된 입주 때까지 현재 대출규제 상황이 유지된다면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만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잔금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또 기존에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보유자가 아니라면 1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1주택자 전세대출 가능 요건에 ‘실수요자 인정 요건’까지 충족한 이들에게만 전세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실수요자 요건으로는 직장이전이나 자녀교육 이슈, 질병치료, 부모봉양, 학교폭력, 이혼 등이 열거됐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각종 대출 관련 문턱을 높이면서 1주택자들은 ‘갈아타기용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또 은행마다 1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방침이나, 요건 등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소비자 혼란도 극심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1주택자의 경우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시행일인 10일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에겐 대출을 내어주겠다고 다시 번복했다.

또 각종 예외조항을 지나치게 세분화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실수요자 인정 요건’을 발표하면서 학교폭력를 예를 들었는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해 이사를 해야 하는 가족의 경우 신한은행에 전학 징계처분서를 내야 한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반대로 학교폭력 가해자의 경우에도 관련 서류를 내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 ‘학폭’을 대출의 예외조건으로 인정하는 공식 문서를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만 언급해서 소비자들이 참고할 수 있게 했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측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실수요자에 대해 심사 전담팀이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에 강하게 주문한 상태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실수요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메시지가 꼬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 5대 시중은행을 비롯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총 17개 은행의 정책이 모두 다른만큼, 주담대 잔액이 급격하게 늘어난 은행의 경우 자체적으로 강한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데, 금감원장의 애매한 메시지로 혼선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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