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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가족모임 취소” “응급실 리스트 확인”…시민들 추석 의료대란 우려에 ‘민간대응’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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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이후 첫 명절…추석 의료공백 우려 확산

정부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 운영에도

시민들 “상비약 사뒀다” “외출 활동 자제할 것”

헤럴드경제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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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 모임은 다 취소했습니다. 그렇다고 어딜 놀러가거나 하는 것도 아니에요. 집에 암 환자가 있는데 사람 많은 데에서 감기라도 옮아오면 정말 큰일 나거든요.”

폐암에 걸린 부친을 모시고 사는 A(38) 씨는 부친이 코로나, 감기 등의 바이러스에 노출될까봐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외부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이번 추석 연휴가 꽤 긴데, 그 사이에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응급실 뺑뺑이를 돌게 될 것 아니냐”며 “만일의 상황이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집에서 안전한 시간만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에 가족들 다같이 못 보는 건 너무 아쉽지만 애초 아버지한테 위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14~18일 닷새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에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시민들은 응급 상황이 발생할 만일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리 약을 준비하거나 응급실 추석 운영 리스트를 파악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민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40대 신모 씨는 최근 종로 약국거리에서 종합 감기약, 소화제, 해열제, 지사제 등 10개의 상비약을 명절 대비용으로 구매했다. 신씨는 “이번 명절에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응급 상황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특히 가족 구성원 중 나이 어린 아이들이 많아서 미리 약들을 종류별로 샀다”고 말했다.

직장인 B(28) 씨는 친척집 근처 응급실 리스트를 확인해두었다고 했다. B씨는 “할머니가 여름 무더위에 길을 걷다 쓰러지신 적이 있어서 친척집 근처에 추석 때도 운영하는 응급실들을 찾아놓았다”며 “친척집이 지방인 데다 주변에 큰 병원이 많이 없어 의료대란 이후 늘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추석 연휴에 응급실 환자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지난 1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운영키로 했다. 연휴 기간 매일 운영하는 동네 병의원을 지정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대체 인력을 적극 투입해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추석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줄지 않는 분위기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맞게 된 첫 명절인데다 추석 연휴엔 평시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2배 가량 급증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 기간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하루 평균 2만 3000건으로, 평상시 평일 대비 1.9배 수준이었다. 작년 추석 연휴 응급실 이용 환자 역시 전주 대비 72% 증가했으며, 경증 환자 비중도 추석 전주 50.4%→추석 연휴 기간 60.4%까지 늘어난 바 있다.

여기에 추석 연휴 기간 중 응급실을 방문할 경우 비용이 높아진 것 역시 시민들이 민간 대응에 적극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전날 문 여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건강보험 수가를 추가 지원해 보상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기간에 병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할 경우 환자들은 본인 부담 비용을 평소보다 30~50% 더 내야 한다.

한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도 지난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석 연휴 의료공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생선전을 먹지 않거나 벌초를 자제하는 등 생활 안전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추석에 많이 아프거나 응급실을 가야 할 것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질문에 “지금 이미 인프라가 다 무너졌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저희 가족에게 ‘가급적 멀리 이동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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