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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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3일 핵무기에 사용하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두달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관심을 끌면서, 향후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대규모 수해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라늄 농축기지의 조종실을 돌아보며 생산공정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원심분리기 등을 통한 핵물질 생산 진행 등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생산 현장을 돌아보면서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무기급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라며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원심분리기를 더 늘리고 분리기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신형 원심분리기 사업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을 둘러보는 사진을 여러 장 실었다. 원심분리기로 보이는 장치가 빼곡히 들어선 사진도 있다. 고농축 우라늄은 핵탄두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질이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에는 U-235가 0.7%밖에 담기지 않았는데, 핵무기에는 U-235의 비율이 90% 이상어야 한다. 이런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하기 위해 방법 가운데 하나가 원심분리법이다. 원심분리기에서 우라늄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 U-235를 분리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핵무기 제조 물질인 플루토늄은 대규모 재처리 설비가 필요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은 지하에 생산 설비를 설치할 수 있어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제조가 가능하다. 군 당국은 북한이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시설 가동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고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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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원심분리기 등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북한이 이처럼 핵능력을 과시한 건 미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대선 이후 미국과 핵 문제와 관련한 협상이 진행될 때를 대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핵보유국 지위에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이 협상의 의제가 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현지 지도에서 “최근에도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세력들이 공화국을 반대하여 감행하는 핵위협 책동들은 더욱 로골화되고 위험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직면한 안전환경과 항구적으로 미국과 대응하고 견제해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 전망적인 위협들은 우리로 하여금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끊임없이 계속 확대 강화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삼 강조하는 바이지만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항상 견지하고 고도로 제고해 나가기 위한 투쟁에서 더욱 가속적이며 확신성 있는 전진을 다그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전술핵무기’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이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서 보다 높은 전망 목표를 내세우고 총력을 집중해 새로운 비약적 성과를 안아올 데 대해 강조하면서 중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술핵은 남측을 겨냥한 무기이다.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내용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만성적인 경제난과 최근 대규모 수해까지 겹친 상황에서 핵무기 제조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함으로써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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