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역 KTX 대합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지도부가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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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명은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설득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 여권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는 '의정 갈등' 중재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모습이다.
그러나 한 대표가 의정 간 대화 성사에만 집중한 나머지 책임지기 어려운 발언으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권영세 의원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 상당수는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 경질'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에 이은 한 대표의 두 번째 중재안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 대표 말 그대로 논의는 가능할지 모르나, 정부가 이를 수용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 의견이 적지 않다. 한 대표가 갈등의 당사자인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양측의 대화만 성사시키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 달성된다는 생각에 되레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실제로 "저는 이 상황(의정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인데 제 입장이 뭐가 중요한가"라며 "(갈등을) 해결하는 장을 마련하는 게 제 목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도 한 대표의 발언을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면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되든 안 되든 모든 걸 다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대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여야의정 협의체를 가동시켜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의료계와 정부 양측을 모두 설득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의 발언을)뒤집어 생각하면 한 대표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표현일 수 있으나, 책임있는 자의 자세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이 완고한 상황에서 한 대표의 중재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당정협의회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여야의정 협의체 의제화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게 이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핵심적인 의료단체가 빠진 채 협의체가 출범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일부 단체의 참여만으로도 일단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주체 중 하나인 야당의 협조마저 얻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다"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한 대표도 모르지 않을 텐데, 의제로 올린다고 했다가 실제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료계 비난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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