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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고프코어? 러닝코어!…Z세대가 선택한 '못생긴 러닝화'의 정체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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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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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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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심 속을 달리는 러닝(달리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이 일상과 같았던 한여름에도 햇볕을 피해 달리는 러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늦더위까지 꺾이고 날이 한층 선선해지면, 서울 시내에도, 한강 공원에도 러너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죠.

러닝이 하루아침에 퍼진 유행은 아닙니다. 스포츠에도 유행이 있어 특정 시기마다 사람들의 관심 종목이 달라지지만, 러닝은 이렇게 각광받기 전에도 즐기던 사람들이 비교적 많았습니다. 골프부터 테니스, 클라이밍 등은 시간과 장소 면에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러닝은 그렇지 않죠. 언제 어디서든, 혼자 또는 함께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동호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뛰는 장소마다 달라지는 풍경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러닝 열풍으로 함께 웃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애슬레저 브랜드들인데요. 러너들의 증가, 또 '러닝코어'(Runningcore)의 유행으로 이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매출 증가와 브랜드 성장까지 이뤄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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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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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열풍에 '만보기 앱' 이용자 수 → '애슬레저 브랜드' 성장세 ↑


러닝 열풍은 당장 스마트폰 내에서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만보기 기능을 접목한 'M2E'(걷거나 뛰고 돈을 버는 행위) 앱테크 서비스는 러닝 인구를 겨냥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넛지헬스케어가 운영하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캐시워크'가 대표적인데요. 이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하루에만 수백만 명에 달합니다. 걸음 수에 따른 금전 보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도록 하는 촉진 네트워크가 앱 사용을 활성화했죠.

캐시워크는 올해 초 '러닝크루' 서비스를 리뉴얼했는데요. 러닝 거리 및 시간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자유러닝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시간·거리·페이스 등 개인이 설정한 러닝 목표에 적합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음성 안내 콘텐츠도 더해졌고, 초보 러너를 위한 기초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능도 업데이트됐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헬스케어 스타트업 그래비티랩스가 운영하는 '머니워크'는 지난해 8월 대비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3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6월 28만9287명 △7월 38만1210명 △8월 41만930명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죠. 앱을 새로 설치한 건수 역시 △6월 13만4506건 △7월 17만9180건 △8월 12만2272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타트업 땀이 운영하는 '런데이'는 올해 초 MAU가 15만 명 수준이었는데요. 7월 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걸음 수에 따른 보상은 제공하지 않지만, '30분 달리기 도전', '자유 걷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크루 모집'을 지원하면서 러너들 사이 입소문을 탄 게 인기 요인이었습니다.

'운동은 장비 빨'(?)이라는 말이 있듯, 관련 브랜드들의 질주도 매섭습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애슬레저 카테고리 거래액은 6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지난달 에이블리의 애슬레저 카테고리에서는 '레깅스', 특히 '바이커 쇼츠'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지난달 바이커 쇼츠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무려 455% 상승했으며, '반소매 상의', '브라', '숏팬츠'(쇼츠) 등 다양한 상품이 높은 거래액을 기록했죠.

젝시믹스, 데비웨어 같은 K애슬레저 브랜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K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는 에이블리 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8.3배 이상 늘었습니다. 데비웨어의 '커브 랩 크롭티' 8월 거래액도 전월 대비 128% 증가했죠.

중요한 건 아직 더위가 꺾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무더위가 꺾이면 러닝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가 찾아올 텐데요. 애슬레저룩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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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온', '노다'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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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장비 빨…나이키·아디다스 대신 온·노다 신는 Z세대


러닝은 일정 시간, 혹은 일정 거리를 뛰는 운동입니다. 그만큼 가장 중요한 장비는 '신발'일 텐데요. 전통적인 스포츠 브랜드 강자,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물론 러닝화를 다수 선보이고 있지만, 최근 러너들의 눈길은 타 브랜드들에 향해 있습니다. 아식스, 뉴발란스 등 비교적 이름이 익숙한 브랜드부터 호카, 살로몬, 그리고 노다, 온러닝, 브룩스 등 신흥 브랜드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요즘입니다.

특히 구멍이 숭숭 뚫린 운동화, 온러닝의 성장세가 대단합니다.

온러닝은 전설적인 트라이애슬론 선수, 올리버 버나드가 창립한 브랜드입니다. 그는 아킬레스건에 만성적인 염증이 있어 선수 시절 부상을 달고 살았는데요. 은퇴 이후 '발이 편한 러닝화'를 목표로 온러닝을 만들었습니다.

선수 출신 창업자가 만든 만큼, 이곳의 러닝화는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데 고심을 기울인 티가 납니다. 버나드는 운동화 밑창에 고무호스를 잘라 붙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를 구체화한 게 온러닝의 시그니처 기술이자 디자인인 '클라우드텍'(CloudTec)이죠. 이름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착지감, 뛰어난 반발력으로 러닝에 안성맞춤입니다.

온러닝은 패션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가죽 브랜드 로에베,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 콜먼 등과의 협업으로도 화제를 빚은 바 있습니다. 패션계 혁신을 꾀하는 도전적인 한국 브랜드부터 스페인 명품 브랜드까지, 또 할리우드 스타와도 손을 잡으며 열풍에 불을 댕긴 겁니다.

온러닝은 사업 초기에 유럽, 미국 중심으로 사업 성과를 보였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매장이 일본에만 있는데요. 평일에도 상당한 대기 줄이 생깁니다. 한국에는 아직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편집숍이나 해외 직구(직접 구매) 등을 통해 온의 러닝화를 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죠. 리셀 플랫폼에서 웃돈이 붙어서 거래되는 모델도 다수인데요. 지난해에는 한국 직진출을 결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온러닝을 전개하는 스위스 기업 온홀딩스는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올해 1월 말 26달러 선이던 온홀딩스의 주가는 12일(현지시간) 49달러 선까지 치솟았죠.

노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운동선수 출신 윌라와 닉 마티어가 2021년 설립한 브랜드인데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기능성 소재로 만든 러닝화를 대표적으로 선보입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시작한 만큼 극한의 환경에도 끄떡없는 게 특징입니다.

가장 유명한 모델은 노다 001 스니커즈일 텐데요. 다이니마(Dyneema) 원단을 무봉제 가공으로 제작했습니다. 이 원단은 현존하는 섬유 중 가장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여기에 지속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특별한 공정 방식으로 제작된 탄소발자국 최소화에 신경 썼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자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에 스니커즈 전문관을 열고 신발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엔 온러닝을 비롯해 노다, 브룩스 등이 입점했죠. 현 시점 국내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러닝화를 한군데 모으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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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김나영 인스타그램, '디스트릭트 비전'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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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에도 눈길…새롭고 신선한 멋 원하는 Z세대 '정조준'


온, 노다, 브룩스 등 현재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러닝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생김새가 아닐까요?

기능을 우선한 탓인지, 이들 러닝화는 다소 투박하고 거친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못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하죠.

그러나 신발에서 '못생긴 디자인'은 하나의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최근 패션계를 강타했던 스타일링은 '고프코어룩'인데요. 아웃도어(야외활동) 의류를 일상복으로 입는 스타일링을 말합니다. 고프(Gorp)는 그래놀라, 귀리, 건포도, 땅콩의 영단어 이니셜을 딴 말로, 하이킹 같은 야외활동 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들고 가는 믹스 견과류를 뜻하죠. 즉 고프코어는 하이킹을 해도 될 법한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편안하고 실용적인 기능을 자랑하는 스타일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프코어 트렌드에 러닝 유행이 맞물리니, 러닝화의 인기가 치솟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신발 외에도 러닝할 때 쓰는 잡화, 액세서리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 Z세대 사이에서는 러닝 베스트(조끼)가 새로운 유행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클과 스트랩이 달린 조끼는 운동복 위에 걸치는 형태인데요. 여러 개의 주머니가 달려 있는데, 휴대전화부터 립밤, 열쇠, 간식 같은 작은 개인 물품을 보관하곤 하죠. 스포츠 선글라스도 수십만 원대의 가격에도 전 세계 러너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러닝 조끼로 인기가 좋은 새티스파이, 스포츠 선글라스를 대표적인 제품군으로 내세우는 디스트릭트 비전 등은 모두 러닝에서 출발하는 브랜드입니다. 다소 생소한 브랜드일 수도 있겠는데요. 기능을 챙긴 건 물론이고, 새롭고 신선한 멋, 유행 선도를 원하는 Z세대 니즈를 충족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아니다? '오히려 좋아'라는 거죠.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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