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총장 퇴임사서 “양측 저주 버텨”
‘디올백-도이치’ 처리 못한채 퇴장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 온 시간이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자신의 임기 2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장은 야권은 물론 대통령실과 여권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내며 검찰을 둘러싼 사회의 극단적인 시선에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 일이 상대 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일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이례적으로 여야 모두를 겨냥한 쓴소리에 올 초부터 김건희 여사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던 이 총장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 총장은 대통령실과 김 여사 수사로 갈등이 생기고 올 5월 검사장 인사 ‘패싱’을 당하는 등 불편한 경험을 몇차례 했다”며 “여야를 떠나 검찰 수사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춰 이용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총장 공석 상황에서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돼 총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그해 9월 정식으로 총장에 임명됐다. 임기 기간 이 총장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단,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등을 출범시키며 민생범죄 수사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김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서 어떠한 처분도 내리치 못한 채 임기를 마치며 차기 총장에게 공을 넘겼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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