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사진=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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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부터 베트남 국가주석으로 재임 중인 또 럼(To Lam)은 전임자인 응웬 푸 쫑이 사망한 후 지난 8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했다. 또 럼의 등장은 베트남 국가운영에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은 공산당이 일당 독재하는 몇 안 되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역내 최강국인 중국과 달리 베트남은 한 명의 지도자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다.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 이른바 '네 개 기둥'이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 전 공안 수장이었던 럼 서기장은 올해 초 공식적으로 공안 관련 권한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비공식적으로 경찰과 정보기관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그는 1980년대 중반 이래 베트남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 후 10여 년이 지난 1986년 개혁이 시작된 이래,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는 세대를 이어가며 권력을 원활하게 승계함으로써 한 명의 지도자로의 권력 집중을 막아왔다. 이러한 권력 공유 방식은 일반적으로 의사 결정의 속도는 늦추지만 전면적 독재의 출현을 막아왔다. 따라서 또 럼의 부상과 권력 공고화 가능성은 이러한 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그 파장은 베트남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안 수장으로서 대대적인 반부패 수사를 지휘한 럼은 서기장으로서 이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국내의 시민적 권리와 자유를 위협하고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베트남 IT 산업 현대화의 기반이 되는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성이 있다. 동시에 정치적 반대자들을 달랠 수 있는 명민한 실용주의자라는 럼의 명성은 그에게 권력이 집중한다고 해서 베트남 통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거나 베트남이 어렵게 얻은 외교적 이득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도 준다.
외교나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 없이 평생 공안만 맡아왔던 럼은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산적해있다. 그는 푸 쫑의 유산을 이어받아 국내 반부패 캠페인을 계속하고 지정학적 경쟁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를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몇 년 동안, 적어도 2026년 차기 당 대회가 열릴 때까지 럼의 최우선 관심은 국내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럼이 외국인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추구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지만, 베트남은 최근 몇 년간 얻은 대외 정책 모멘텀을 잃을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럼 서기장에게 안정적인 대외 관계가 국내 통제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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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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