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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명절엔 빳빳한 현금이지" vs "계좌 알려달라는 말 제일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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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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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은 말이요? 계좌번호 알려 달라는 말이요."(10대 고등학생 A씨)

"빳빳한 새 돈 준비해두는 게 또 하나의 명절 준비죠."(60대 주부 B씨)

일상생활에서 현금 사용이 줄면서 신권을 뽑아 용돈을 주고받는 명절 풍경도 달라진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화폐 순발행액도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이 추석 전 10영업일 동안(2~13일)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는 3조748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45억원(-4.2%) 감소했다.

한은은 추석 연휴 기간이 단축(6→5일)되면서 지난해보다 발행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보다 연휴 기간이 더 짧았던 2022년(4일)과 연휴 기간이 같았던 2021년(5일)과 비교해도 화폐 순발행액은 줄었다.

최근 5년 추석 전 10영업일간 화폐 순발행액은 △2020년 5조678억원 △2021년 4조8061억원 △2022년 4조1824억원 △2023년 3조9132억원 등이다.

명절 화폐 순발행액이 줄어든 데는 △신용카드 등 비현금지급수단 이용 증가 △비교적 짧은 연휴 △내수 경기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순발행액이 줄어든 건 추석 연휴 기간이 지난해보다 줄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현금 사용이 줄면서 화폐 수요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명절 분위기도 달라졌다. 경기도에 사는 10대 김모양은 "명절에는 '혹시 계좌번호 알려줄 수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 설렌다"며 "요즘은 어른들이 현금보다 계좌로 용돈을 보내주시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평소에 현금을 잘 쓰지 않다 보니 명절이라는 이유로 번거롭게 돈을 뽑기보다는 부모님을 뵈러 내려가기 전에 미리 모바일뱅킹으로 이체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은행을 찾아 새 돈을 준비하는 사례도 있다. 30대 직장인 도모씨는 "명절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들과 부모님께 드리려고 매번 새 돈을 준비해가는 편"이라며 "이번에도 은행에 가서 새 돈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60대 서모씨는 "예전부터 설날과 추석엔 자녀들 용돈을 주기 위해 미리 은행에서 새 돈을 뽑아 봉투에 넣어 두는 게 또 하나의 명절 준비였다"라며 "아무도 쓰지 않았던 빳빳한 신권은 그 자체로 '상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금없는 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 등 현금공급 창구가 줄면서 국민의 현금 접근성이 약화하고 취약계층의 소비활동이 제약된다는 점이다. 또 최종 결제 수단으로서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공적 화폐 유통시스템이 약화한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한편 한은은 서울본부를 비롯해 각 지역본부에서 명절 기간 동안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해준다. 이전에는 평시에도 신권 교환이 가능했지만 2022년 3월부터는 명절 기간에 한정해 신권 교환이 이뤄진다. 이 기간엔 불에 탄 소손권이나 대량주화 교환은 할 수 없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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