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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뉴진스 하니 인사에도 “무시해”…직장 내 괴롭힘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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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뉴진스 멤버들 라이브 방송. [사진 출처 =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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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 멤버가 하이브 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을 놓고 팬들이 직접 나섰다.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한 것인데 실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뉴진스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4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하이브) 관련 진정이 서울서부지청에 접수됐다”며 “사실관계부터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뉴진스 하니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지나가는 다른 연예인과 매니저에게 인사했는데 해당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뉴진스 팬은 “하이브 내 뉴진스 따돌림 의혹은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실제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은 근로기준법에 있다. 근로기준법 76조 2항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으려면 우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전속 계약을 맺어 근로자로 보지 않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공인노무사인 서진두 한국괴롭힘학회 대외협력이사는 “일반적으로 대중문화 예술인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긴 쉽지 않다”며 “근로관계 인정이 안 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 제재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부도 관여할 권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영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연예인의 근로자성에 대해 법원이 정확한 법적 판단을 한 적이 없다”며 “대체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고, 근로자로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근로자로 한정해서 ‘일터에서 발생하는 업무 관련 괴롭힘’을 폭넓게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에 대한 괴롭힘을 두고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2020년 숨진 골프장 캐디의 유족에게 사용자가 1억7000여 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하급법원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만약 하니가 당한 상황이 일반 회사의 근로자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어땠을까. 근로기준법 내 직장 내 괴롭힘 정의가 구체적이지 않은 탓에 다른 사건들에서도 인정 여부는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 노무사는 “단편적인 발언만 보고 판단하긴 어렵다”며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면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내용적으로 괴롭힘이 맞다”며 “폭언이나 폭행처럼 가시적이지 않아도 굉장히 교묘한 따돌림이나 투명인간 취급 등의 괴롭힘 피해 사건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실제 실제로 지난 한 해 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만28건 중 ‘따돌림·험담’이 10.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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