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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낙수효과 무용론과 '유리지갑' 직장인의 눈물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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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이 풍족하면 그 돈이 아래로 흘러내려가 경제의 밑단이 따뜻해진다." '낙수효과'의 본질이다. 이는 감세정책을 펼치는 윤석열 정부의 이론적 바탕이기도 한다.

#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긴 적 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2022년 12월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

# 하지만 '낙수효과'가 작동하려면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은 언제나 바른 선택을 하고, 소득이나 사업의 성과를 '경제 밑단'을 위해 쓰는 걸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과연 우리나라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그런 행태를 보여왔을까. 더스쿠프가 윤 정부가 맹신하는 '낙수효과'의 성과를 분석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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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감세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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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과 서민." 윤석열 정부가 갖가지 감세정책을 내놓으면서 명분으로 삼은 단어입니다. 부자와 대기업이 아낀 세금이 투자와 고용을 거쳐 중산층과 서민에게 흘러간다는 논리를 펼친 셈이죠.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한 셈인데, 과연 그런 일이 나타났는지 의문입니다. 낙수효과 무용론 1편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과 낙수효과를 살펴봤습니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정책의 큰 그림은 감세입니다. 2022년 정권이 출범한 이후 다양한 감세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감세정책의 시작을 알린 건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입니다. 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정책을 발표하면서 감세정책의 서막을 열어젖혔습니다.

이후 대선공약 중 하나였던 종합부동산세 완화정책을 시작으로 감세정책을 하나씩 현실화하기 시작했죠. 2022년 7월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2023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습니다.[※참고: 주식 보유 기준(코스피 1%·코스닥 2%)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주주는 주식 양도 차익이 발생하면 20%(3억원 초과 시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지난 7월에는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전면적인 상속세 완화에도 나섰죠. 윤 정부의 감세정책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시장의 논란을 사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와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尹 정부의 감세정책 = 그럼 어디를 어떻게 줄였을까요, 종부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12월 20대 국회에서 종부세법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였고, 기본공제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3억원 상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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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에 적용하던 중과세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조정지역(집값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거나 최근 2개월 청약 경쟁률이 5대 1 이상인 곳)에 2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중과세가 아닌 기본세율로 종부세를 내게 됐죠.

3주택자를 위한 정책도 있습니다.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라도 과세표준이 12억원을 넘지 않으면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을 적용받습니다. 여기에 더해 과세표준 12억원을 초과한 3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중과세율도 3.6~6.0%에서 2.0~5.0%로 내렸습니다.

기업이 내는 세금인 법인세도 인하했습니다. 종부세가 통과한 날 법인세 과세표준 전 구간에서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법인세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올해는 25년 만에 상속·증여세를 손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기존 50%에서 40%로 낮추고, 10%의 세율이 적용되는 최하위 과세표준 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은 기존의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할 예정이죠.

■ 서민 위해 낮췄다는 정부 = 윤 정부의 감세정책을 두고 시장은 물론 전문가들도 부자감세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감세정책의 수혜가 상위 계층에 집중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는 '낙수효과'와 '서민'을 위한 감세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22년 12월 12일 윤 대통령은 법인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인세법 개정안은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죠.

다음날인 13일 국무회의에서도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낙수효과'를 강조한 셈입니다.

이런 낙수효과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집을 가지고 있어서 과세를 한다면 그런 집을 안 만들게 된다. 그런데 그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고 후생厚生이 거기서 나온다.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2024년 1월 국민 민생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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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감세정책으로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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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문제에서도 낙수효과를 언급할 정도였습니다. "노사 문제 역시, 계층 간 대립 구도로 보는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다. 세제 지원,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면 근로자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임금 소득이 증가하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다(2024년 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

■ 감세정책의 효과 = 그렇다면, 윤 정부가 의도한 감세정책의 효과는 나타났을까요? 세금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갈수록 심화하는 세수부족 현상으로도 알 수 있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종부세부터 시작해보죠. 종부세 완화 정책으로 종부세 납세자 수는 61.4% 줄었습니다. 국세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귀속 종부세 납세 인원은 49만5000명으로 2022년의 128만3000명에서 78만8000명이 감소했죠. 납세 인원이 줄면서 세액도 같은 기간 6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37.6% 감소했습니다.

개인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는 2022년 113만9088명에서 지난해 35만953명으로 69.1% 줄었습니다. 특히 종부세에서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중과 대상자의 수는 48만3454명에서 2597명으로 99.5% 급감했습니다.

이들이 낸 종부세도 1조8907억2000만원에서 919억6000만원으로 95.1% 쪼그라들었습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1530만9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주택 소유자 중 약 8%만 내던 종부세를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3%만 내게 된 셈이죠.

법인세도 크게 줄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80조4000억원으로 2022년(103조6000억원) 대비 22.4% 감소했습니다. 감세 정책의 효과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4 국세수입 전망'에 따르면 법인세는 지난해 예산안(104조9900억원)보다 27조3300억원 줄어든 77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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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와 상속·증여세는 각각 28.1%, 14.4 % 감소한 4조1000억원, 14조6000억원으로 예상한 것도 감세정책의 효과입니다. 감세정책의 효과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내수 촉진을 위한 감세 과정에서 대기업에 일차적인 효과가 갈 수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이 결국은 고용을 창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기업 세제지원은 투자를 확대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대기업 투자와 수출이 늘면 고용이 창출돼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부자 감세라는 말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호언장담처럼 감세정책으로 인한 낙수효과는 서민에게 혜택으로 돌아왔을까요? 이 이야기는 낙수효과 무용론 2편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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