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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뉴스속 용어]저작권이 뭔데? 수익 내는 ‘패스트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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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2시간 안팎의 초압축 영상

코로나19 유행으로 수요 급증

日 유튜버, 저작권 위반혐의로 체포

‘패스트무비(Fast Movie)’는 한 편의 영화나 여러 회 분량의 드라마 시리즈를 요약한 리뷰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주문 즉시 완성되는 패스트푸드, 옷을 빠르게 생산·유통하는 패스트패션과 결이 같다. 시간을 적게 들여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패스트무비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2시간 안팎으로 내용을 초압축하고, 내레이션 또는 자막을 포함한다. 등장 인물, 주요 요소 등의 간략한 해설도 제공해 생산적인 시청 경험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결말을 폭로하는 ‘스포일러’와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전후로 ‘패스트무비’의 의미는 약간 달라졌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국내에선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패스트무비라고 부르곤 했다. 2000년대 한국 영화계에는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 의무상영제)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할리우드 영화를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이 기름칠 된, 호흡이 빠른, 그래서 건강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에 빗대어 ‘패스트무비’라고 업계 일각에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국내 영화산업 생태계와 대비시킨 것이다. 당시만 해도 패스트무비는 의미상 저작권과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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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스트무비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사진출처=유튜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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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곳은 일본이었다. 2020년부터 일본에선 한 편의 영화를 10분 수준으로 무단 편집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하면서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를 패스트영화(ファスト映?) 또는 패스트 시네마(ファストシネマ)라고 불렀다.

덩달아 패스트영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튜브 채널도 증가했다. 일본 영화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해외유통촉진기구(CODA)는 2021년 6월 기준 55개의 전문 채널에 2100여편의 패스트영화가 게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중엔 ‘진격의 거인’ 등 일본의 인기 작품뿐 아니라 ‘스파이더맨’ 등 외국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채널 운영자는 한 달에 수백만 엔(수천만 원)의 불법적인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영화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화산업 전반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패스트영화 문제에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CODA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2021년 6월 23일, 패스트영화 채널 운영자 3명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례가 처음 나왔다. 이 채널에 게시된 피해 작품의 총 재생 횟수는 1000만회 이상이며, 손해 산정액만 20억엔(약 190억원) 이상이었다. 일본 센다이지방법원은 그해 11월 피고인들에게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를 계기로 패스트영화의 불법성이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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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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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본과 상황이 비슷하다. ‘오징어 게임’ ‘카지노’ ‘무빙’ 등 인기 드라마를 수많은 유튜버가 패스트무비로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 제작사나 저작권자가 이런 유튜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은 찾기 어렵다. 여기엔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저작권 침해 영상물에 대한 개별 모니터링의 한계, 플랫폼 기업의 선제적 조치 미흡, 그리고 패스트무비를 통한 홍보 효과 등이 거론된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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