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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불붙은 '추석밥상' 쟁탈전, 상대 사법리스크 노린 '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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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추석연휴를 앞두고, 여야는 이른바 '추석 밥상'에 어떤 정치 의제를 올릴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머리싸움을 주고받았다. 서로 상대 진영의 지도부 인사와 연관된 '사법리스크', 즉 불법·비리 의혹을 중점 부각하는 것이 핵심 전술이었다. 야당은 마침 연휴 직전 나온 도이치모터스 2심 재판 결과를 부각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띄웠다. 여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과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집중 조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공천 개입 의혹'을 띄우면서 관련 내용을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추석 밥상에 윤 대통령 부부의 실책을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의 주도 하에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우 의장은 여야의정합의체 출범을 위한 여야 협치를 위해 상정을 거부했다.

영부인 김 전 대표를 겨냥한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대상으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 뇌물성 협찬, 디올백 수수 및 국민권익위 조사 외압 의혹, 임성근 등 구명 로비, 장차관 인사 개입,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8개 사안이 포함됐다. '김건희 특검법' 발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같은 날 법사위를 통과한 해병대원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비교섭단체 야당이 2명을 골라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명시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중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일부 반영해 민주당이 새로 발의한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법 모두 야당이 특검을 구성한다는 점을 문제삼으며 최장 90일까지 숙의를 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신청해 회부했다. 하지만 안건조정위원회는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의 표결로 30분 만에 강제 종료됐고,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회의 재개 약 한 시간 만에 두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필연"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주가조작을 옹호하며 주식시장을 파괴할 생각이 아니라면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른바 전주(錢主)로 분류된 손모 씨의 방조혐의가 인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건희 여사가 단순히 계좌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직접 주가 조작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과 진술이 여러 차례 나왔다"며 "검찰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직접 주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알고도 기소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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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 참석해 이번 대회 선수단 활약상이 담긴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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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재판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동시에 부각하며 '방탄동맹'이라고 비난, 맞불을 놨다. 전직 대통령도 야당 대표도 수사의 성역이 아니라며 사법리스크 앞에서 일시적으로 '방탄 동맹'을 맺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며 문 전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주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도 주택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서 씨와 문다혜 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도 여당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이르면 다음달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등 2건의 1심 재판 결과를 받게 된다. 지난 2021년 12월22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있다. 또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부인하면서 국토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있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한 이 대표는 신임 지도부와 함께 지난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현 정부 작태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검찰개혁이 미완에 그쳤고, 검찰권,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으로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겨냥해 "전직 대통령도 야당 대표도 수사 성역은 아니"라며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연일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 탄압이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라는 이유로 이미 드러난 비리 의혹을 수사하지 말고 덮어 두자는 것은 사법 정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이 사법리스크 '방탄 동맹'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왜 하필 지금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연이어 전직 대통령을 만나러 갔는지 몹시 궁금하다"며"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와 재판으로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하기 위한 사법 리스크 방탄동맹 빌드업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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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예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손을 잡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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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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