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류승완 감독/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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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황정민 선배는 처음 (영화의)이 방향에 대해 들었을 때 '자기야,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해' 하셨고 저는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 해봅시다, 우리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 하고 설득했죠. 그래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았던 거죠."
함께 한 배우마다 입을 모아 "영화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증언(?)하는 류승완 감독. 역시나 그랬다. 최근 만난 류 감독은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베테랑2'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고, 그 이야기에서는 영화에 대한 그만의 남다른 고민과 열정, 애정이 묻어났다.
'베테랑2'는 지난 13일 개봉했다. 무려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2015)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개봉 첫날부터 높은 관심 속에 극장을 찾았고 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승승장구 중이다. 영화에 대한 평도 좋은 편이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사람이다 보니 이불킥을 할 때도 있고 화장실에서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요. 제정신이 아닌 상태죠.(웃음)"
"9년이나 걸릴 줄 몰랐어요. '베테랑' 1편은 텐트폴 영화는 아니었어요. 상대적으로 중급 규모 영화였죠. 배급사에서 밀어주는 1번 타자는 아니어서 뒤로 밀렸는데 어쩌다 보니 여름으로 가 있었어요. 제가 만든 영화 중에 여름 한복판에 들어가 있던 첫 영화였죠. 그게 그 당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서 너무 큰 성공을 거뒀어요. 그때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400만 정도면 대성공이라 했었는데 3배 넘는 스코어를 거뒀죠. 좋기도 하면서 불안하기도 하고 스토리는 많은데 중압감 때문에 못 하겠더라고요. 이렇게 가는 게 맞나 고민도 많았고요."
류승완 감독 감독/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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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가야 할지 계속 얘기했어요. '베테랑'에는 일종의 '사이다'라고 불릴 만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가면서 과연 이게 맞나, 스스로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순간순간 일으키고 있는 분노는 옳은가. 나 스스로 정의라고 생각한 것은 정말 옳은 정의인가. 그런 생각들이 9년간 쌓였죠. '베테랑'이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게 좋았지만 잘못된 처방이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소화가 안 된다고 콜라와 사이다를 마시면서 위를 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도 1편이 왜 성공했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됐고, 대중도 속편에 기대하는 게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스스로 혼란에 빠져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가기는 힘들었어요."
마동석이 주연을 맡은 '범죄도시' 시리즈에도 2015년 흥행영화 '베테랑'의 특성이 담겨 있다는 평가 역시 존재한다. 잔혹한 악당들을 처단하는 강력한 형사 마석도의 매력으로 인해 '범죄도시'는 무려 네 편의 시리즈가 나왔고, 시리즈 통합 '삼천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인터뷰 중에 '기존의 흥행한 시리즈('범죄도시' 시리즈)를 의식해 2편의 방향성에 차별화를 꾀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웃음) 그렇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를 의식하기에는 체급도 너무 다르고 다른 점이 많아요. 아트박스 사장님(마동석은 '베테랑' 1편에 아트박스 사장님으로 카메오 출연했다)이 그렇게 공무원이 되셔서 얼마나 좋습니까?(웃음) 마동석 선배와 만나 우리끼리도 그런 농담을 했어요. (영화에서 서도철과 마석도가)'한 번 만날까?'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트박스 사장님이 쌍둥이여야 하지 않겠나, 그런 농담도 했었죠."
"마동석 선배가 처음에 '베테랑'을 찍고 나서 저에게 먼저 이후에 ('범죄도시') 스토리가 어떻게 될지 보내줬어요. '우리 겹치지 맙시다' 이러면서요. 저도 '범죄도시'의 팬인데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범죄도시' 시리즈를 의식하고 만드는 거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범죄도시'는 너무 웃기잖아요. 저는 그렇게 못 웃겨요. 결이 너무 달라요."
'베테랑2'는 주인공 서도철 형사를 연기한 황정민의 캐스팅이 무척 중요한 작품이었다. 류 감독은 "황정민 선배가 '베테랑2'를 하지 않았다면 종결이었다, 나는 빠져도 되지만 황정민이 빠지면 안 된다"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팀원들을 키우는 건데…"라고 농담을 덧붙여 웃음을 줬다.
정해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 '시동'(2019) 때 정해인을 처음으로 만났다는 류 감독은 자신과 박정민의 대화를 짝다리도 짚지 않고 가만히 앉아 듣는 정해인의 지나치게 반듯한 모습에 '뭐지 이 재수 없는 젊은이는?'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 웃음을 줬다.
정해인의 '고요한 원자로' 같은 면모는 이번 영화 속 박선우라는 캐릭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돌아이' 연기도 필요 없죠. 목소리가 차분하고 딕션도 정확해요. 저는 이 다산(정약용)의 자손이 보여주는 정직한 광기가 참 좋았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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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모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뒤 쿠키 영상이 하나 등장한다. 이 쿠키 영상은 세 번째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벌써 기대감을 준다. 류 감독은 2편이 잘 돼야 3편도 하겠지만 이야기는 명확하게 만들어둔 것이 있다고 했다.
"(고 방 감독과) 마지막으로 나눈 문자가 '베테랑2' 신나게 하자고 하는 내용이었어요. '베테랑2'의 음악을 맡은 장기하 음악감독은 부담스러웠을 수 있지만 저는 방 감독님이 남겨준 '베테랑'의 유산을 지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팀 '베테랑'의 오리지널 스코어 멜로디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면서 장기하만의 변주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부탁했죠. 음악 감독 입장에서 엄청 부담됐을 텐데 고마웠죠. 음악과 관련해서는 딱 한 사람의 관객이 생각났는데 방준석 감독이었어요. 내가 아는 방준석이라는 음악 감독이라면 장기하 음악 감독을 칭찬해 줬을 것 같아요."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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