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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윤 정부 ‘검찰 시즌 2’…그들의 밀월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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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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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퇴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시즌 2’를 맞이하게 됐다. 신임 심우정 검찰총장의 임기는 2026년 9월까지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8개월 전으로 사실상 이번 정부의 후반기 대부분을 책임지는 검찰의 수장으로 일하게 된다.



그동안 대통령 권력과 검찰은 대통령 임기 전후반기에 전혀 다른 관계를 형성했다. 대통령은 임기 초반 강력한 인사권으로 검찰을 길들였고 검찰은 부역하고 순응했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접어들어 힘이 빠지면 검찰은 ‘현재 권력’에 칼을 겨눴다. 이러한 행태는 ‘살권수’(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집권 5년 차인 1997년 5월 차남 현철씨가 기업인으로부터 수십억원 규모의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도 집권 5년 차인 2002년 5월 삼남 홍걸씨가, 6월 차남 홍업씨가 각각 구속됐다. 기업가 등에게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 때문이다. 임기 초반부터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려던 노무현 대통령 때는 검찰과의 밀월 관계는 없었고 집권 내내 갈등 구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가혹한 검찰 수사에 대통령이 목숨을 잃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만사형통’으로 통하던 대통령의 형(이상득)이 집권 5년 차인 2012년 7월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 4년 차인 2016년에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검찰은 같은 해 10월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은 검찰이 수사를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집권 3년 차에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한 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수사는 검찰 개혁 문제 등과 연동돼 정권과 검찰의 극심한 갈등으로 이어졌고, 문재인 정부 말까지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정치인으로 성장한 ‘검찰총장 윤석열’은 결국 최고권력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윤 대통령 취임 뒤 검찰의 수사는 정권 비판·견제 세력에 집중됐다. 검찰의 수사력이 집중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맡은 사건이 모두 그랬다.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 대선 시기 ‘윤석열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지난해 9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1년이 넘어서도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있다. 반부패수사2부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반부패수사3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전체가 정권 비판 언론이나 야당 수사에 집중한 모양새다.



오는 11월이면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다. 임기 후반기의 시작이다.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윤 대통령 주변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한 검찰 관계자는 “폭발성 있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검찰로서도 권력을 겨누는 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하면 누군가의 의지로 수사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런 역사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전과 다를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고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중용되고 있는 ‘검사 정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정기인사철도 아니고 인사 요인이 없는 상황인데도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관련 수사의 고삐를 죄어오자 이를 무력화하려는 ‘무장해제’ 성격이 강했다. 총선 패배 뒤 이렇게 권력을 자제하지 않고 행사하는 대통령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 수사권을 쥐고 있는 검찰 고위 간부들은 폐쇄적이고 결속력이 강한 집단이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이 검찰 내 스피커를 쥐고 있기 때문에 정권 후반이 되더라도 지금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밀월 관계가 얼마나,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윤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의 관전 포인트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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