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 스미스 장편『가을』. 브렉시트 이후 혼란한 영국 사회를 담아냈다. 사진 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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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그 이후…쓸쓸한 영국 사회 들여다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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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맞서 나무가 된 여자
한강의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는 평범한 주부 '영혜'가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시작된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육을 먹는 꿈을 꾼 영혜는 돌연 육식에 거부감을 느끼고 냉장고에 있던 고기를 모두 버린다. 가족 식사 자리에서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를 못마땅하게 본 아버지는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는다. 영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나뭇가지처럼 말라간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가 한강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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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적인 아버지에 맞서 영혜가 택한 길은 식물이 되는 것. 하루하루 말라가던 영혜는 자신을 나무로 여기게 된다. 햇빛과 물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듯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
2016년 한강의 부커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대형 서점에 한강의 작품을 모아 놓은 코너가 생겼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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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을 따르지 않는 이의 이름, 이방인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 44세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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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우리 사회가 '이방인'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이방인은 단지 외부인이라는 의미로 국한되지 않는다.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이는 모두가 이방인이다.
알베르 카뮈『이방인』표지. 사진 민음사 |
재판장에서는 그가 장례를 치른 직후 코미디 영화를 보고 원나잇을 하고, 포주와 어울려 방탕하게 지냈다는 점이 여러 번 언급된다. 사람들은 뫼르소의 범죄 동기보다 장례 직후의 기행에 더 관심을 갖는다. 살인보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 더 경악스럽다는 듯.
카뮈는『이방인』을 통해 보편적 기준에 부응하지 않은 인간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에게는 이 사회가 '다른 인간'을 취급하는 방식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뫼르소가 장례식에서 통곡하며 슬픔을 연기했다면 그 끝은 달랐을까? 그가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됐을까? 그렇다면 그는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걸까, 아니면 '엄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걸까?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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