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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10‧26년, 서울 보통 사람이 보통 주택 사는 데 걸리는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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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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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산층이 중위 가격대 주택을 구입하려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10년 이상 모아야 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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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생애 첫 주택 매입에 뛰어드는 20‧30대가 증가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매매)를 신청한 20대(19~29세)는 565명으로 전년 동월(503명) 대비 12.3% 늘었다. 30대(30~39세)는 같은 기간 1538명에서 2322명으로 50.9% 증가했다. 생애 첫 부동산을 매입한 30대 수는 2021년 11월 이후 2000명 이하로 떨어졌다가 지난 7월부터 2000명 선을 회복했다.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20‧30대가 생애 첫 주택 마련에 뛰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유선종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금리 인하가 확실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무주택 청년에겐 저금리를 적용하는 등 각종 정책적 혜택이 이어지면서 '준비된' 청년들에 한해 주택 매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준비된' 일부 청년의 이야기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꿈틀대면서 자금 여력이 없는 무주택자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은 또다시 멀어지고 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2914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11월(12억39만원) 이후 7개월 만인 지난 6월부터 다시 12억원대로 올라섰다.

가격 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띠고 있는데, 상승률은 4월 0.02%(이하 전월 대비), 5월 0.14%, 6월 0.37%, 7월 0.97%, 8월 1.25%를 기록하고 있다. 실질임금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집값이 꿈틀대니 내집 마련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은 10.26(2024년 6월 기준)으로 지난 3월(10.16)부터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3분위)가 중위 가격대 주택(3분위)을 구매하는 데 10.26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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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KB부동산,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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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 6월(PIR‧18.47)보단 하락했지만 내집 마련은 여전히 쉽지 않은 목표다.[※참고: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의 연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3분위 가구에게도 내집 마련이 쉽지 않으니, 저소득 가구에겐 언감생심이다. 저소득 가구(1분위)가 중위 가격대 주택(3분위)을 구매하려면 28.09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한편에선 생애 첫 내집 마련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내집 마련 포기"를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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