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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중국계 포함 펀드에 고려아연 못 넘겨” 울산시장, 120만 시민 주식 갖기 운동 선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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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울산시가 참전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고려아연에 대한 외국자본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120만 울산시민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김 시장은 긴급 성명을 내고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영풍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이같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시장은 추석연휴가 끝나는 18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고려아연 관련 울산시 입장문. /울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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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장은 입장문에서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라는 점, 고려아연의 사업 범위가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선두주자일 뿐 아니라 수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의 사업을 운용하는 기업”이라며 “중국계 자본이 대량 유입된 펀드를 구성하고 있는 MBK가 적대적 인수를 할 경우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울산시가 나서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이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들었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은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며 “울산 대표 향토기업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인수합병된다면 기업도시 울산의 명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김 시장은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겠다”며 “울산시민들은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울산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려 할 때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 저지했고 호주 정부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제도로 호주의 리튬 광산을 인수하려는 중국계 기업의 시도를 막아낸 바 있다”며 “울산시 또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 장형진 고문 일가와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에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넘기기로 하는 내용이다. 또 이어 지난 13일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대 2조원의 주식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나섰다. 영풍이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그룹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맡는 분리 경영을 해왔으나 최근 양 가문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최근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5% 안팎을 도맡을 정도로 성장한 반면, 장씨 가문 쪽이 맡은 기업들은 부진해 격차가 벌어진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창출력이 부족한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잇따라 현금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장기 성장을 목표로 이차전지·수소 등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하자 부딪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관련 울산시 입장문 전문]

울산시는 울산과 고락을 같이 해온 고려아연에 대한 국자본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지역사회와 국가 경제에 끼칠 악영향 등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영풍이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짜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들이 최대 주주가 되면, 고려아연 경영권은 사실상 MBK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근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고려아연이 울산에서 추진 중인 미래 신산업을 반대하는 명목으로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점에서 울산시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첫째,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선두주자일 뿐 아니라 수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 울산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이다. MBK는 중국계 자본이 대량 유입된 펀드를 구성하고 있어 적대적 인수 시, 핵심기술 해외유출 및 이차전지 분야의 해외 공급망 구축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향후 고려아연을 중국계 기업으로 팔려나가게 하는 불상사로 연결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울산의 고용시장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사모펀드의 본질적 목표는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이다. 고려아연 인수 후 수익 추구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도 시도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 약화는 물론 나아가 국가와 울산의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MBK는 그간 홈플러스와 BHC 등을 인수한 뒤 부당한 인력 구조 조정, 핵심 자산 매각,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으로 고용시장에 물의를 빚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며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온 것처럼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셋째, “우리 지역이 낳은 기업은 우리가 지킨다”는 산업도시 울산의 자부심을 지켜야 한다.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 등과 더불어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다.

울산시민과 희로애락을 같이했고,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해왔다. 울산 대표 향토기업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적대적으로 인수합병된다면 ‘기업도시 울산’의 명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산업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와 상공계, 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역 향토기업 살리기에 나설 것이다.

울산시민들은 20여 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울산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상공계와 힘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다. 또한,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려 할 때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 저지했고 호주 정부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제도로 호주의 리튬 광산을 인수하려는 중국계 기업의 시도를 막아낸 바 있다.

울산시 또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필요하다면 대통령님께도 직접 건의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우수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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