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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대상포진, 골든타임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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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닥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상포진에 관한 인식이 예상외로 낮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사람들은 ‘대상포진’하면 ‘엄청 아프다’, ‘애 낳는 거보다 아프다더라’와 같은 식으로 ‘아프다’는 사실에만 주목한다. 물론 대상포진이 엄청 아픈 건 사실이다. 오죽하면 시뻘건 불에 달구는 것과 같다 하여 작열통(灼熱痛)이라고 할까? 그러나 우리가 작열통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대상포진 후 통증(Postherpetic neuralgia)이다. 이 통증은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신경통이다. 작열통이 ‘예고편’이라면 신경통은 본편과 같아서 대상포진이 가라앉은 후 더 길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

이 후유증을 줄이려면 대상포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 골든타임은 통상 72시간으로 보는데 대상포진 발병 후 이 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수 있다면 후유증을 빈도와 양에서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대상포진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이 타임을 놓친다. 대상포진이 발병해서 갑자기 허리가 아프거나 몸을 잘 움직일 수 없거나 하면 일단 병원에 가서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며칠 전 나무 자른다고 톱질을 해서 그런 거 같다’는 등의 그럴듯한 분석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의사가 대상포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약을 지어줌으로써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50세 이상이라면 까닭 없이 몸이 갑자기 피곤하고 잘 움직일 수 없다든지 하면 일단 먼저 피부과나 신경과로 가서 대상포진 여부부터 점검하는 게 현명하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 약사에게 ‘자주 바르세요’라는 복약지도를 받았는데, 사용안내서를 보니 4시간에 한 번씩 바르게 되어있다며 혼란스러워 한 환자분도 있었다. 왜냐면 병원에 있을 때도 같은 약을 발랐는데 의사가 ‘두 시간에 한 번씩 바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안내서에 따르는 게 정답이다. 병원에서는 물집이 성하게 올라올 때라 2시간마다 바르라고 한 것이며, 약사는 빼먹지 말고 바르라는 뜻에서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집이 가라앉아서 딱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상태를 잘 보면서 아직 덜 아문 부위에 주로 약을 발라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미 아문 부위까지 계속 약을 많이 바르면 약의 자극성 때문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덜 아문 부위는 손으로 만져보면 밤 가시가 박힌 것처럼 까칠한 느낌이 난다.

한방에서는 대상포진을 전요화단(缠腰火丹), 사관창(蛇串疮), 화대창(火带疮), 사단(蛇丹), 지주창(支柱疮) 등으로 진단하고 치료해 왔다. 심폐 기능 약화로 기혈순환의 흐름이 원활치 못해 오장육부의 균형이 깨져 인체의 정기가 약해지면서 털구멍, 땀구멍이 막혀 병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발병의 근본 원인인 심폐 기능 약화로 인한 기혈부족과 허로(虛勞, 심신이 허약하고 피로함)를 치료하여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해 면역기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반세기 넘는 임상 경험을 토대로 깨달은 바는 대상포진도 넓은 범위에서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이라는 사실이다. 대상포진과 아토피의 공통점은 털구멍, 땀구멍이 닫히면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아토피는 가려움이 전신으로 폭넓게 나타나는 반면, 대상포진은 붉은 반점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 후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군데군데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대상포진은 발생 부위에 심한 통증과 감각 이상이 보이며, 앞에 말한 것처럼 어른의 경우 작열통이 발생한다.

대상포진에 좋은 음식으로는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버섯, 귤, 녹황색 채소, 몸속에 있는 불순물과 독소들을 씻어내고 속을 편안하게 해 주며 피를 맑게 해주는 된장, 항산화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활성산소 제거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차가버섯이 있다.

그 외 대상포진에 좋은 약재로는 함수초(含羞草, 미모사)가 있는데 뿌리를 제외한 식물 전체를 약재로 쓴다. 열(熱)을 내리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적체(積滯)를 제거하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대상포진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그리고 대상포진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인삼, 홍삼이 좋다.

끝으로 대상포진 환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언제 낫는다고는 말 못 하나 반드시 낫는다고는 말할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대상포진은 반드시 낫는 병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기 바란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서효석 원장 (한의사)

서효석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전문가 대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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