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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사설]심우정 검찰총장 “오직 법과 원칙”… ‘산 권력’ 수사로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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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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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추석을 하루 앞둔 16일 임기 2년을 시작했다. 그는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사건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오직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심 총장으로서는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자기 책임하에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원석 전 총장 때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뒤 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 이런 식으로는 총장과 검찰 조직의 명예를 건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 수사지휘권 박탈 사유가 윤 대통령이 총장에서 물러나면서 사라진 지 3년 반이 지났다. 박성재 법무장관은 당장 심 총장의 지휘권을 복원시키고 심 총장은 김 여사의 기소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절차 위반 사실이 적지 않게 발견됐지만 특혜는 없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관저 인테리어 공사의 수의 계약을 따낸 업체가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다. 검찰은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에서 국민권익위의 수사 의뢰가 없었다고 손놓고 있다가 ‘특혜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다. 이번에도 감사원의 수사 의뢰가 없다고 손놓고만 있지 말고 스스로 위법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정권 초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의혹은 대통령 임기 후반기 하나둘 드러날 권력 사건을 예시하고 있다. 심 총장의 임기는 2026년 9월까지다. 윤 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대부분을 같이한다. 산 권력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은 대체로 대통령 임기 후반기부터다. 윤 정권처럼 임기 초부터 산 권력 수사로 논란이 끊이지 않은 정권이 오히려 이례적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밑에서 첫 검찰총장이었던 이 전 총장의 처신은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줬다. 심 총장은 달라야 한다. 이 전 총장이 매듭짓지 못한 권력 수사를 단호히 매듭짓고 새로운 권력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 권력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검찰만이 지난 정권과 야권에 대한 수사도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한다는 신뢰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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