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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장애인 불편 없도록 집 구조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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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 가구 ‘집수리’ 지원

10월까지 100가구 대상으로 진행

“화장실 문 넓히고 세면대 높이 조절

문턱 없애고 전등은 리모컨으로 작동”

동아일보

서울시가 지원해 리모델링을 한 박득구 씨의 서울 강서구 아파트 화장실. 서울시는 장애인 가구 100곳의 집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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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이 좁아서 들어갈 때도 불편하고 아이를 씻길 때도 불편함이 있었는데, 훨씬 편해졌습니다.”

1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득구 씨(58)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집을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딸을 둔 박 씨는 서울시가 장애 유형에 맞춰 화장실, 침실, 현관 등을 개조하는 ‘장애인 집수리 사업’ 지원을 받았다. 박 씨는 “딸아이를 운동시키기 위해 집에선 휠체어에서 내려서 기어서 다니도록 하는데, 문턱에 팔꿈치나 발등이 긁혀서 마음이 아팠다”며 “문턱을 없애고 전등 스위치도 리모컨으로 바뀌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 장애인 요구 들어 맞춤형 집 수리

서울시는 장애인이 살고 있는 주택의 집수리를 지원한다고 18일 밝혔다. 일반 주택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은 문턱이나 단차 때문에 넘어지거나 싱크대, 세면대 높이가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작됐다. 올해 3월 중 집수리가 필요한 곳을 모집한 뒤 7월부터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가구당 평균 400만 원 정도를 투입해 주거 편의를 위한 소규모 집수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뇌병변을 앓고 있는 박 씨의 딸 희영 씨(23)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고, 돌 무렵에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해 밖에서는 휠체어를 주로 이용하지만 집 안에서는 보통 기어서 다니며 근력 키우는 연습을 한다. 이 때문에 집 곳곳에 있는 문턱이나 좁은 화장실 문, 높은 전등 스위치 등은 박 씨 가족에게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집수리를 받으며 거주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 기존의 좁았던 화장실 문 벽을 잘라내 출입문을 10cm 이상 넓혔다. 화장실 안에 있던 욕조도 들어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해 불편함이 크게 줄었다. 또 집 안에 빨래를 널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천장형 전동 빨래 건조대를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 당사자가 휠체어를 사용해 혼자 거동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공을 진행했다”며 “650만 원 정도를 투입해 욕실 전체를 리모델링하고 안방 등 교체와 문턱 제거 등의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24시간 돌봄시설 등 장애인 지원 강화

올해 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올해 3인 가구 기준 약 387만 원) 65% 이하 저소득 장애인 100가구다. 세 들어 사는 가구는 주택 소유주가 집수리 이후 1년 이상 거주에 동의해야 한다. 중위소득 50∼65% 구간 저소득 장애인 가구도 신청할 수 있으나 개조비의 3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시는 이 사업 외에도 장애인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2028년부터 중증 뇌병변 장애인 전용 24시간 돌봄시설을 확충해 부모나 보호자가 걱정 없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두 곳에서 도전 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의 행동 유형이나 빈도를 파악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행동 분석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등 장애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과 개입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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