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상반기 7조 적자…독립시켜 외부자금 수혈·AWS AI 칩 생산
美 정부 지원받아 美 '반도체 연합' 가시화 전망…"삼성에 잠재 위협"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인텔 제공) ⓒ News1 김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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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인텔이 조 단위 누적 적자로 신음하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매각하는 대신 분사하기로 했다. 파운드리 사업을 독립시켜 외부자금을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업 육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의 반도체 물량을 인텔 파운드리가 소화할 경우 대만 TSMC를 힘겹게 추격 중인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 사업부의 위기감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와 유럽·아시아 공장 건설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선언 후 2년간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자했지만,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 53억 달러(약 7조 2800억 원)를 기록했다. 본업인 서버·PC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인텔은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고 1992년부터 시행해 온 배당도 4분기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나아가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파운드리 분사를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믿는 구석은 미국 정부다.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제조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고 있다.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64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 4억 5000만 달러(약 62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지만, 역시 가장 큰 혜택은 자국 기업들에 돌아간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 지원금 명목으로 200억 달러(약 26조 6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으며, 이날 군사·정보 분야에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적으로 30억 달러의 추가 보조금을 받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연합도 구체화하고 있다. 인텔은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인공지능(AI) 칩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1.8나노미터급 인텔 18A 공정에서 AWS가 주문한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양사는 이를 위해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AWS는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32%의 1위 사업자다.
특히 AI 가속기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최근 AI 칩 생산을 TSMC가 아닌 다른 공급업체에 맡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TSMC 외 최첨단 공정을 보유한 삼성 파운드리에 긍정적이라고 평가됐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지속한다면 '다른 공급업체'가 삼성이 아닌 인텔이 될 수 있다.
현재는 인텔 파운드리 생산 물량 대부분이 자사 물량이지만, 고객사를 늘려간다면 업계 2위 삼성에는 장기적 위협이 된다. 올해 2분기 TSMC 시장점유율은 62.3%로 삼성전자(11.5%)와 격차는 50%포인트(p) 수준이다. 주요 팹리스들이 TSMC에 줄을 서고 있어 좀처럼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내세운 TSMC처럼 파운드리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일괄로 제공하는 '턴키 설루션'을 경쟁력으로 꾸준히 내세우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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