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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신선도 유지 기술로 K-농산물 전세계 누비도록 할 것” [K-푸드+ 10대 수출 전략산업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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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이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이 4일 전북 완주군 소재 본원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선도 유지 기술인 CA 선박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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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 CA 선박 기술 개발…韓 참외 싱가포르까지 안정적 수출
항공수송 물류비 대비 약 20~50% 저렴…새로운 수출 루트 개척 계기 마련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가 열린 만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에이(CA, controlled atmosphere) 선박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K-농산물이 전 세계적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은 4일 전북 완주군 소재 본원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CA 선박 기술이 K-농산물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CA 선박 기술은 컨테이너의 산소 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대기 환경을 조절함으로써 작물의 호흡을 억제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고도화된 기술이다.

2024년 수출 물류비 지원 중단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선박 수출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2021년부터 항공수송을 대체하고, 거리가 먼 수출국으로도 신선하게 보낼 수 있는 CA 선박 기술을 연구했다.

이 연구관은 “이 기술은 수출 중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 품목 약 20여 종의 최적 CA 수송 조건을 설정하고, 수송 가능기간, 품질유지 기간을 분석해 물류 선박업체에 농산물 선적 시 구체적인 활용법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보면 된다”며 “특히 다품목을 혼합해서 수출하는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CA 선박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1년 12월에 홍콩으로 딸기, 포도 등 8종에 대해 혼합으로 첫 시범 수출이 이뤄진 뒤 현지에서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이후 2022년부터 항공으로 수출하던 많은 물량을 CA 컨테이너로 대체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약 130회 진행됐으며 항공수송 대체 물류비가 약 23억 원 정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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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소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연구·실증 목적으로 설치된 CA 기술 적용 컨테이너의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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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올해 6월 CA 선박 기술을 적용해 우리 참외를 싱가포르까지 안정적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CA 선박 기술로 참외를 다른 농산물과 혼합 선적해 홍콩(7일 거리)에 수출한 적은 있지만, 비교적 장거리에 속하는 싱가포르에 참외 단독 수출을 시도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관은 “당시 참외 2.5톤을 실은 CA 컨테이너 수송 조건을 온도 4℃, 산소 농도 5%, 이산화탄소 농도 12%로 설정했다. 동시에 현지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예비 냉장과 포장 기술을 적용했다”며 “그 결과 참외 손실률은 1% 이하로 매우 낮았다. 이는 기존 일반 선박 컨테이너로 수출할 때의 손실률 25~40%와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CA 선박 기술을 적용한 참외는 처음 수확했을 때와 비슷하게 껍질 색과 겉모양, 아삭함을 유지했고 곰팡이 부패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지 반응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출 참외 전량이 싱가포르 한인 판매점에서 이틀간 완판됐으며, 참외를 맛본 소비자들은 ‘항공수송 참외와 비슷’(57%) 하거나 ‘더 맛있다’(43%)라고 평가했다.

현지 한인 온라인 모임에서도 오랜만에 들어온 신선 참외 구매 문의가 이어졌다. 현지 수입업체는 CA 컨테이너에 선적되는 참외 외 다른 농산물에 대해서도 수입 의사를 전해왔다.

이 연구관은 CA 선박 기술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일반 선박으로는 장기간 품질유지가 어렵고, 비싼 운임(CA 컨테이너 물류비 대비 약 20~50%↑)인 항공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품목을 선박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출 물류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항공으로만 수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량으로 수출하지 못했던 품목들을 CA 컨테이너를 통해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출 루트를 개척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관은 미주, 유럽 등 선박 수출 시 장기간이 소요되는 국가로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한 CA 선박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에는 참외 등을 캐나다로, 수박을 두바이로 보내는 실증 연구를 하고 있다. 멀지 않은 시기에 새송이를 유럽 등으로 보내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유통 포장 상자 개발 및 전처리 기술 등 장거리 선도유지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추가 연구 계획에 대해서는 “농산물이 수출되는 동안 컨테이너 내부의 환경(온습도, 가스환경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품질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내고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연계해 원격제어 기술을 접목하는 등 스마트 컨테이너 연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농진청 소속 국립연구기관으로 채소, 과수, 화훼, 인삼, 약초 및 버섯류 분야의 품종개발과 토양·병해충·기상 등의 환경관리, 원예 및 특작산물의 품질평가·보전·이용에 관한 시험·연구 및 기술지원 등을 담당한다.

제작지원 : 2024년 FTA 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이투데이/전북 완주=서병곤 기자 (sbg1219@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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