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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국산 항공엔진 개발’ 출사표 던진 한화에어로·두산에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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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산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본격 착수하면서, 향후 제작과 양산을 담당할 국내 민간 업체의 개발 역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와 두산에너빌리티가 항공 엔진 개발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화에어로는 누적 1만여대의 엔진 생산 경력을,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을 개발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들 업체는 보유한 역량을 앞세워 항공 엔진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19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5000파운드(lbf)급 엔진 개발에 나선다. lbf는 엔진 출력의 단위로, 1만lbf 이상은 제트기 급으로 분류된다.

군과 업계는 항공 엔진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 수입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는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고 향후 수출에도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26년 양산에 돌입하는 KF-21에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400K 엔진 2기가 탑재된다. 한화에어로가 GE와 제휴해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설계와 관련한 원천 기술은 GE에 있고 한화에어로는 조립과 생산만 한다.

한화에어로는 오랜 엔진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국산 엔진 개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엔진 창정비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45년간 항공기와 헬기, 선박 등에 탑재되는 엔진을 1만대 넘게 생산했다. 최근에도 공군의 주력기 엔진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이 과정에서 엔진 설계 및 해석, 소재 및 제조, 시험 및 인증 등 항공 엔진 전반에 걸친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도미사일엔진, 보조동력장치(APU) 등 1800대 이상의 엔진을 독자 기술로 개발·생산했다. 또 엔진 약 5700대를 유지·보수·정비(MRO)한 경험도 있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진 설계부터 소재 및 제조, 사후 관리까지의 통합 역량을 갖췄다.

한화에어로는 외국 업체와의 공동 개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1만5000lbf급 항공 엔진 개발에 10년이 넘게 걸릴 전망이나, 해외 엔진 전문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공동 개발의 경우 한화에어로 측이 파트너사보다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조선비즈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대형 가스터빈을 조립하고 있다./두산에너빌리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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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빈 분야의 강자인 두산에너빌리티도 항공 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항공기 엔진 제작, 추진체 보조기 부품 제작, 정비와 판매 및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항공 엔진 제작을 공식화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착수해 2019년에 세계 5번째로 개발을 완료한 경험이 있다. 발전용과 항공용 가스터빈은 모두 응축된 공기에 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린다. 작동 원리와 구조가 유사해 터빈 기술을 활용해 항공 엔진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 사업장에 엔진 개발을 위한 설계, 제작, 시험 설비 인프라(기반시설)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온 부품 가공, 코팅, 열처리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엔진 코어(core)부의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제작, 생산, 가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1만lbf급 고고도 무인기용 엔진 개발 사업을 수주한 뒤 세부 과제를 수행 중이다. 4.5세대 전투기인 KF-21이 개량을 통해 목표로 삼는 6세대 전투기는 1대의 유인기와 다수의 무인기가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체계’가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무인기 기체와 엔진을 모두 국내 기술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총 3개 과제로 구성된 이번 사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장 난도가 높고 핵심 기술로 꼽히는 ‘엔진 레이아웃 설계와 구성품 해석’, ‘터빈 베인·블레이드 주조품 제작·후가공’ 등 2개 과제를 담당했다. 2027년까지 기본설계를 수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화에어로와 별도로 1만5000lbf급 엔진 개발의 개념설계 용역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상언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센터장은 “1만lbf급 엔진 개발을 통해 무인기 엔진 시장에 먼저 진출하고, 향후 사업을 유인기용 엔진 제작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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