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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단독]인재 양성 시급한데…반도체 계약학과 자퇴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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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연대·성대 등 계약학과 10곳서 작년에만 36명 중도탈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용조건에도…“의대진학 목적” 분석

“전국 의대 정원 1497명 늘어난 올해 중도 탈락 더 늘 듯”

“백년대계 생각한다면 이공계 인재 처우개선 시급” 조언도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채용이 보장된 대기업 반도체 계약학과에도 자퇴 바람이 불고 있다. 첨단분야 인재 양성 학과도 의대를 정점으로 한 ‘학생 연쇄 이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이데일리가 종로학원으로부터 입수한 ‘최근 5년(2019~2023년)간 대기업 계약학과 중도 탈락 현황’에 따르면 전국 10개 계약학과에서 자퇴·미등록 등으로 중도 탈락한 인원은 2022년 9명에 그쳤으나 지난해(2023년) 36명으로 4배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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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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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2023년 중도 탈락생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5명, 경북대 모바일전공 4명,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4명 순이다. 이들 모두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와 협약을 맺고 개설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계약학과제도는 산업 수요를 반영한 대학 교육을 위해 2003년 도입됐다.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고 산업계 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다. 기업에서 학생 등록금의 최대 50%를 지원하기에 학생들은 저렴한 학비로 대학을 다닐 수 있으며 대부분 졸업 후에는 채용을 보장받는다.

입시 전문가들은 계약학과의 이런 장점에도 불구, 학생들이 자퇴 등으로 이탈하는 이유를 ‘의대 열풍’에서 찾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의 반도체 계약학과 학생들이 자퇴한 뒤 이들 대학의 공대로 갔다고 볼 수 없다”며 “대부분 의대 지원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전국 10개 계약학과의 중도 탈락 인원은 2019~2022년까지 최소 9명에서 최대 13명으로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2023년에는 1년간 36명의 중도 탈락이 발생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한 증원 수요조사 결과 40개 의대가 2025학년도에 2151명~2847명의 증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들 학과의 모집정원 대비 중도 탈락률은 7.1%에 달한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신입생 100명을 뽑으면 재학생 7명은 학교를 그만뒀다는 얘기다. 모집정원 대비 2023년 중도 탈락 비율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17.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대 모바일공학전공 13.3%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12.5%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8.0% 순이다.

의대 증원이 확정된 올해 중도 탈락생은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5학년도 입시에선 의대 모집인원이 전년도 3113명에서 4610명으로 48%(1497명)나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수시모집에서 입학정원이 전년도 800명에서 1549명으로 늘어난 의대 지역인재전형의 경우 지원자가 전년(8369명)보다 2.3배(1만9423명)나 증가했다. 임성호 대표는 “2024년 계약학과 중도 탈락자는 의대 모집정원 확대로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학계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열풍이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한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을 재정립하고 연구인력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이공계 인재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를 제외한 2022년 우리나라 의사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이었다. 이 중 병원급 의사 연봉은 3억9400만원, 의원급 의사 연봉은 3억4500만원이다.

이데일리

모집정원 대비 2023년 대기업 계약학과 중도탈락 현황(자료: 종로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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