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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윤 대통령이 ‘난 김영선’이래”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또 공천개입 의혹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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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추석 연휴인 15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은평구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육을 돕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소방서를 방문해 근무 중인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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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19일 불거졌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는 데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김 전 의원의 측근 명태균씨가 주장했다는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은 명씨를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선을 긋고 의혹을 부인했다. 당내에서는 김 여사와 관련 의혹이 거듭 터져 나오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의 공천 확정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며 “그래서 윤상현이, 끝났어”라고 말했다고 뉴스토마토가 이날 보도했다. 명씨는 해당 통화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의 압박으로 어려웠던 김 전 의원의 공천이 자신의 전화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이 통화 다음날인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공관위 회의 후 보궐선거 지역구 7곳 중 6곳의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종양 의원 등이 출마한 경남 창원·의창에는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

윤 의원은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전 의원이 공천된 이유를 두고 “당시에 경남지사에 나간다고 2~3년 전부터 거기서 뛰고 있었고 야당 후보도 이겼다. 여성 후보라는 점도 있었다”며 “후보가 여러 명 있었고 원칙에 따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석열(친윤)계가 김종양 당시 후보 공천을 압박했다는 의혹에는 “나한테 압박이 통하냐고 물어보라. 제대로 얘기도 못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명씨에 대해 “한마디로 허장성세, 대한민국을 자기가 다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이나 여사와 전화를 했다고 해도 나에게) 전혀 안 통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입장문에서도 “해당 기사는 한마디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당시 공천자로 정해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으로 변경된 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지난 4월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보도됐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월18일 한 통화에서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며 “그러니까 빨리 기사, 빨리 내 갖고 빨리 확인하고. 그 기사를 여사한테 줘야 돼요. 나한테 빨리 보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같은날 2022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인 창원·의창을 떠나 김해갑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3월2일 국민의힘 공관위 발표 결과 최종 컷오프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한동훈 대표는 보도된 의혹과 관련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는 이 당에서 정해 놓은 시스템에 맞게 활동했다. 당에 해가 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것 같은 경우에는 가차 없이 그 사람들을 배제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의 경우 공천심사에서 하위 10%로 컷오프됐을 뿐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다.

명씨와 김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2월29일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개혁신당 비례대표 공천을 조건으로 이같은 의혹을 폭로하는 것을 거래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용남 전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JTBC 유튜브에 출연해 일명 ‘칠불사 모임’ 하루 뒤인 3월1일 “이 대표가 ‘김 의원이 여러 자료를 갖고 폭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비례 이야기를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물어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개입 의혹 폭로시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제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건 김 전 의원 측의 기대와 요구였고 개혁신당 측에서는 제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도 CBS라디오에서 “나는 전직 의원은 절대로 비례에 들어올 수가 없다고 얘기를 했다”며 “그런데 김영선 의원이 무슨 처음에는 1번을 달라고 그랬다가 나중에는 3번 달라. 그건 거론할 가치가 없으니까 상대도 안 해버렸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영선 의원이 우리 집을 또 많이 찾아왔는데 집사람이 ‘당신이 개혁신당의 비례가 되면 개혁신당은 망한다. 그 말 끄집어내지도 말아라’하고 보내버렸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여사 관련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사가 대통령한테 얘기를 하고 대통령이 지시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이미 증거가 차고 넘쳤을 것”이라며 “다만 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씨는 이날 뉴스토마토 기자 등을 고소하며 보도자료에서 김여사의 총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텔레그램 메시지는 영부인과 고소인(명씨) 간의 메시지”라며 “그 메시지에는 영부인이 김 전 의원에게 김해로 이동해줄 것을 요청한 내용이 없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도 없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또 “메시지들은 ‘(김 여사 본인이) 김영선에게 전략공천해줄 힘이 없다’는 영부인의 입장에 대해 고소인이 강한 불만감을 표시하는 내용들”이라고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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