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시절 현역 해군 대령으로 보급창장까지 지내
해군, 군소유 호텔 수탁자에 과도한 수익 배분도
해군 전 대령이 현역 시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을 하며, 부하 장교들로부터 골프채와 명품 구두 등의 금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9일 공개한 '해군본부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해군 대령 신분으로 군수품 보급을 총괄하는 보급창장이었던 A씨는 당시 소령 B씨에게 메신저로 진급과 관련된 언급을 한 뒤 14만9000원 상당의 골프채를 요구해 받았다.
2021년 해군본부 차장으로 임명된 A씨는 B씨와 함께 골프를 치면서 또다시 B씨의 진급과 관련해 자신의 권한을 나타내는 말을 하고 정장용 구두를 요구, 119만원 상당의 구두 1켤레를 수취했다.
A씨는 2020년 말 보급창장에서 본부 차장으로 전출 가는 것을 기념해 달라며 소령 1명과 중령 2명에게 평소 자신이 갖고 싶었던 골프채를 선물하도록 요구, 30만원 상당의 드라이버를 수수했다. 2019년에는 또 다른 소령에게 자기 아들 임관식에 꽃다발이 아닌 상품권을 선물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가 병과장과 차장 등의 직위에서 보직 추천과 근무 평정, 진급 심사 등의 직무와 관련된 소속 부하로부터 받은 금품은 약 239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A씨는 평소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수시로 언급하면서 부하 장교들에게 자신의 배우자와 주말·공휴일에 골프를 함께 치도록 지시했다. 이런 '골프 사역'에 동원된 부하 장교는 소령 2명, 중령 4명 등 총 6명이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23개월간 적게는 5회, 많게는 32회에 걸쳐 골프에 동원됐다.
또 A씨는 자신이나 배우자가 주말 골프 후 저녁 식사한 비용을 공적 목적의 정상 집행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먼저 외상 처리한 뒤 평일에 업무추진비 등으로 결제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해군 예산이 유용된 횟수는 18회, 액수는 321만원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현역 해군 대령으로 보급창장을 지냈던 A씨는 현 정부 들어 전역한 뒤 군무원 신분으로 다시 보급창장에 임명됐다. 감사원은 해군에 A씨를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이번 감사에서는 해군 소유 호텔의 관리 수탁자에게 약정했던 것 이상으로 수익배분 비율을 정해 1억 5000여만 원을 추가 지급한 사실도 조사됐다. 해당 수탁자는 영업운영비 5800여만 원을 가족 외식비 등으로 부정하게 쓴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해군에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수탁자에 대한 고발이나 계약 해지 등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주경제=최윤선 기자 solarcho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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