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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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습니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취임 일성으로 경제범죄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전임 총장 시절 지지부진했던 기업 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심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중대한 경제범죄에 적시에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검찰의 수사 역량은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제범죄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심 총장 임기 동안 기업 수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임 이원석 검찰총장 체제에서는 굵직한 기업사건 수사를 보기 어려웠다. 이 전 총장은 특수통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민생침해 범죄 대응에 무게를 실어왔다. 스토킹·몰카 범죄나 아동학대 등 사회적 현안이 되는 사건 수사를 강화하도록 여러 번 지시한 반면 기업 관련 수사에는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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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건을 도맡아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도 경제사건보다는 대장동 개발 비리나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정치권이 개입된 수사에 집중해왔다. 지난 2년 동안 검찰이 수사한 대기업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연루된 카카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반부패 수사의 본령은 기업 수사인데 정치 사건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심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경제범죄 수사를 강조한 것은 이 같은 기류를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총장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심 총장은 기업 수사에서 본인 색깔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역시 주요 정치적 사건 수사를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12일 항소심 판단이 나오면서 반부패수사2부가 판결문 분석에 들어갔다.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錢主) 손 모씨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기반으로 김 여사에 대해 사법 처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반부패수사1부와 3부가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부패수사1부는 티몬과 위메프 수사에 돌입하면서 '경제사건' 수사 예열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부패범죄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업이 보여주기식 수사에 표적이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장경제 원칙을 어긴 기업에 대한 수사는 찬성한다"면서도 "검찰총장이 메시지를 낸 이후 검찰이 '실적 쌓기'용으로 기업의 사소한 실수까지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 경기 침체를 비롯해 현재 경제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며 "기업의 경영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심 총장은 경제범죄 수사 강화와 더불어 민생범죄 최전선에 있는 일선 형사부의 인력 조직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강력범죄, 마약, 보이스피싱, 다단계·전세사기,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성폭력, 사이버레커의 악성·허위 콘텐츠 등을 예시로 들며 철저한 대응을 강조했다.
[강영운 기자 / 정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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