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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빅테크 공동규제 못 기다려"… 각국 '디지털세' 속속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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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불위 빅테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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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미국 동맹국들이 이미 자체적으로 '디지털 서비스세(DST)'를 부과했다. 캐나다만 차별적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캐나다가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한다면 워싱턴(미국 정계)의 무역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조세 회피'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캐나다가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세를 2025년부터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세는 영업장 위치와 관계없이 기업 매출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별도 세목을 가리킨다.

캐나다에서 구글은 검색엔진의 90.8%를 점유 중이고 페이스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 45.9%를 차지하고 있는 '공룡 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식재산권을 저세율 국가에 등록해 고세율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로열티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로 이전하는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캐나다 정부의 판단이다. '더블 아이리시'란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에 회사를 설립해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 회피 전략을 말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23회계연도 매출 기준으로 애플코리아는 7조5240억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1조3698억원, 구글코리아는 3653억원, 페이스북코리아는 651억원을 각각 신고했다. 영업이익은 각각 5599억원, 639억원, 234억원, 149억원이다. 이들 4개 기업 영업이익률은 평균 10.3% 수준으로 글로벌 전체 영업이익률이 평균 34%인 점을 고려할 때 크게 낮다. 이를 놓고 학계에서는 축소 신고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는 구글 매출액이 최대 12조1350억원, 메타(옛 페이스북) 매출액이 1조193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기업은 특정 국가에서 잡기 어려운 디지털 광고 매출액 상당수를 싱가포르(명목세율 17%·실효세율 10~12%)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게 연구진 판단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해 138개 국가는 2025년을 목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매출 발생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명 '디지털화로 인한 조세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자간 합의의 필라1'이다. 필라1은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해 매출 발생국이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매출이 200억유로 이상이고 이익률이 10%를 넘는 대기업이면 초과이익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출 발생국에 세금으로 납부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과세체계로는 물리적인 사업장을 두고 있는 국가에서 세금을 냈는데,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업장 없이도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반대에 따른 타결 시점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해 30개국 정도가 비준을 받으면 해당 국가들이 모여 발효 일자를 정하게 된다"면서 "시행은 발효일로부터 6개월 후에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준이 얼마나 빨리 되느냐에 달렸는데, 현재로서는 최대한 신속히 합의하더라도 2026년이나 2027년에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자체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국가는 캐나다다. 캐나다 사용자에게서 연간 2000만캐나다달러(약 198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정보기술(IT) 기업이면서 전 세계 수익이 일정액을 초과하면 캐나다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디지털세라는 세목을 신설해 매출 기준으로 세율 3%를 적용하는 국가는 현재 캐나다·프랑스·스페인이다. 인도와 터키는 세율이 더 높다. 터키는 온라인 광고·콘텐츠 판매·SNS 서비스 기업에 대해 터키 내 매출 7.5%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으며, 인도는 디지털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기업에 수익 대비 6%를 부과하는 '디지털세'를 도입한 상태다.

한국이 만약 캐나다처럼 이들 기업에 매출 대비 3%를 추가로 세금으로 부과한다면 연간 2797억원을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자체적인 디지털세 제정 움직임은 전혀 없는데 다른 동맹국가와 달리 한미 갈등을 염려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이나 조세범처벌법을 개정해 세무조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다국적 기업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이 자료 제출을 마칠 때까지 계속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신재봉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어 과태료만 내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악의적 행태가 있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덕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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