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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사설]“기술 인재 대학 안 가도 존중받도록”… 정부가 앞장설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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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술인으로서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5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72개국 17∼22세 청년 1381명이 참가해 용접부터 예술 패션과 정보기술(IT) 로봇 분야까지 63개 종목에서 직업 기능을 겨뤘고, 한국은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2년마다 열리는데 한국은 1977년 대회부터 19차례 종합 우승을 차지한 후 2017년부터는 1위 중국에 이어 2, 3위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지원 학생이 줄어 존폐 위기에 놓인 직업계 교육의 현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학령 인구 급감으로 일반고 입학생이 10년간 29% 줄어드는 동안 특성화고는 47% 감소했다. 특성화고에 마이스터고와 일반고의 직업반까지 합쳐도 전체 직업계 고교생 비중은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의 절반도 안 된다. 대학 진학률이 70%로 OECD 평균(47%)보다 월등히 높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업계고 기피 추세는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도 있지만 취업률이 56%까지 떨어진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때 취업률이 97%에 달했던 마이스터고도 졸업생 10명 중 3명은 취업을 못 한다. 직업교육이 변화하는 산업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일자리가 줄면서 대졸자들의 하향 취업 경향까지 더해진 탓이다. 어린 나이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적응을 못 하고 1년 만에 그만두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생산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제조업의 뿌리 기술인 금형과 용접부터 첨단 분야까지 초급 기술 인력난은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주로 가는 중소기업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산업과 기술 발달에 맞춰 학교 교육과정도 개편해야 한다. 또한 직업계 고교는 현장실습이 중요함에도 사고 우려에 실습 참여율은 27%에 불과하다. 안전하게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갖고 있는 기술만으로 존중받으면서 직업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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