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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사설]美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 마냥 반길 수 없는 ‘부채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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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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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낮췄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 내린 것이다. 앞서 인하를 시작한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등에 연준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도 내수 부진 대응을 위해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하지만, 들썩이는 집값과 폭증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예고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사는 금리 인하 폭이었다. 연준이 ‘빅컷’을 결정함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연 4.75∼5.0%로 떨어졌다. 연준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팬데믹의 여파로 4년 반 동안 이어져온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빚 많은 가계, 기업이 오래 기다려온 금리 인하 시대의 막이 올랐는데도 한국은 마냥 반길 수 없는 처지다. 기준금리 3.5%인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1.5%포인트로 줄면서 외국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는 감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2.0%로 한국은행의 목표에 부합한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 동안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빚이 줄어든 미국 등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부채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들어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확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연기 등 정부의 정책 오류가 반복되면서 지난달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로 폭증했다. 늘어난 빚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쏠려 서울 아파트값은 24주 연속 상승세다. 금융 당국이 전방위로 은행을 압박해 대출 증가 속도가 이달 들어 다소 떨어졌지만 ‘나만 낙오될 순 없다’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소외 공포증’과 주택 구매 의지는 여전히 최고조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려 내수 띄우기에 나설 경우 ‘영끌’ ‘빚투’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늘어난 빚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더 위축시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연준의 결정을 ‘글로벌 복합위기 종료 신호’로 해석하고,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내수 활성화에 두겠다며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은이 10월에 금리 인하를 개시하려면 체감할 수 있는 수도권 아파트 공급 확대, 투기성 부동산 대출 통제 등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의 조바심 때문에 위험 수준으로 부풀어 오른 부채 폭탄을 더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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