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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75년 우정 무색…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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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급속도 가열

사모펀드 MBK 참전에 양측 갈등 격화

치열한 수싸움 속 양측 연일 날선 여론전

해외서조차 우려…멀어지는 갈등 봉합

노컷뉴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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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급속도로 가열되고 있다. 양측의 줄다리기 공방에 대형 사모펀드 운영사가 갑작스레 참전하고 나서면서다. 치열한 수싸움은 물론 정치권과 지역사회까지 가세하면서 분쟁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가족처럼 지내온 75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서로를 향한 여론전은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모양새다.

MBK의 참전, 분쟁 '격화' 불씨

분쟁 격화의 불씨는 영풍에서 지폈다.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자기 지분 절반+1주'를 넘기기로 결정하면서다. 이튿날 MBK는 고려아연 주식을 다음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최대 14.61%까지 사들이는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투입하는 금액만 2조원대로, 국내 공개매수 사상 최대 규모다. 영풍과 MBK의 계획대로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장 고문 측 지분은 최대 47.7%까지 늘어난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과 MBK의 공세를 막으려면 최소 6.0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최 회장 측 지분 15.9%에 현대차·LG화학 등 대기업 지분 18.4%가 우호지분이라는 가정에서다. 지분 추가 확보에 필요한 자금은 8000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마련하기에는 쉽지 않은 액수다. 백기사로 분류되는 대기업 지분의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다. 결국 관건은 최 회장 측이 얼마나 많은 우호집단과 공동전선을 형성하는지에 달렸다.

연일 거듭되는 '날선' 공방

치열한 수싸움만큼 양측의 날선 여론전도 날을 거듭할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비판하고, MBK는 이를 반박하며 경영권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은 18일 입장문에서 "공개매수 시도는 국가기간산업인 비철금속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된다"며 "MBK는 그동안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약탈적 경영을 일삼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탈적 자본과 결탁한 공개 매수자들이 당사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공개매수는 당사의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MBK는 즉각 반박했다.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공개매수는 최대주주·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어 "고려아연 지분 인수 후에도 직원 고용을 종전과 같이 유지하고 울산기업으로서 재도약하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튿날인 19일에는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MBK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회장 개인의 독단적인 경영 행태에 의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최 회장의 사장 취임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나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시장 밖은 '고려아연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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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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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의 반박에도 시장 밖 여론은 고려아연 측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고려아연 노조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정치권까지 고려아연의 편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MBK의 해명을 믿기보다는 적대적 M&A를 의심하는 시각이 짙다.

고려아연 생산 시설이 있는 울산 지역이 대표적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6일 긴급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은 울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며 "MBK 쪽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연구개발 투자 축소·핵심인력 유출·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수 있고 울산의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120만 울산 시민의 '고려아연 주식 사기' 운동을 제안했다. 울산시의회도 김 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고려아연 구하기에 나섰다.

이른바 'MBK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이번 사안을 국정감사에서 따져보겠다고 예고했다. 박 의원은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자칫 중국 자본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독보적인 기술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들의 이탈도 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MBK 참전 두고 해외서도 우려

우려의 목소리는 해외에서도 들린다. 고려아연이 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중인 호주에서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고려아연은 1999년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에 아연 제련소 선메탈(SMC)을 건설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SMC 제련소 안에 125㎿급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우고 있다. 대부분 최 회장의 주도 아래 확장한 사업으로 영풍과 MBK가 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 기업협회는 "단기 수익을 좇는 사모펀드로 인해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밥 카터 호주 연방의원도 현지 매체를 통해 "제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 사모펀드가 호주의 중요한 자산인 제련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에 봉합은커녕 계속해서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이 MBK 측은 공개매수 동력 확보에 남은 기간 총력을 쏟아부을 태세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영풍 경영진과 MBK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최 회장은 1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MBK라는 거대 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며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승리하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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